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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글날 잔치, 기획ㆍ진행 모두 낙제점

예산 낭비하는 행사를 위한 행사를 그만 두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세계 으뜸 글자라는 “한글”, 이 한글이 반포된 날인 한글날을 온 나라가 기뻐하고 축하하는 일이야 물론 마땅하다. 지난 9일 제572돌 한글날에 광화문광장, 청계천광장, 서울시민청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잔치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행사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멀리 진주에서 한글날 행사를 보기 위해 올라온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선생과 함께 돌아본 이날 세 곳의 잔치는 기획이나 진행 모두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했다.

 

시민이나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하는 잔치이고 관은 뒷전에서 지원하는 모양새 같았으나 제대로된 기획이라고 볼 수 있는 행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몰려 각 부스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진행하는 관계자들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슨 말인지 모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이름을 붙인 한 부스는 행사가 시작된지 몇 시간이나 지난 뒤에 진행자들이 체험용 도구 사용 설명을 듣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고, 또 어떤 부스는 진행자가 1시부터 체험을 시작한다고 말했지만 1시가 훨씬 지나서도 진행은 커녕 체험 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한 부스는 아이들이 한글에 그저 색연필로 색을 입히자 몇가지 작은 상품을 손에 쥐어주는 허접한 모습도 보였다.

 

 

 

 

 

 

청계천 광장에서도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잔치가 열렸는데 한글 손톱꾸미기, 한글 브릭체험 등 큰 의미가 없어보이는 체험을 하고 있었고, 서울시민청에서는 역시 큰 감동이나 재미가 없는 투호 등 전통놀이 등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나마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세종대왕 납시오” 행사가 눈에 띄었다. 이대로 한글이름연구소 소장이 세종종대왕으로 분장하고 나와 시민들과 대화하는 모습으로 꾸몄는데 이때 이대로 소장이 재미스러운 말로 한글 관련 여러 가지 의미있는 말을 해주어 큰 손뼉을 받았다.

 

그는 훈민정음 서문을 풀어서 낭독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 뒤 “한글날마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짐의 동상 주위에 짐의 업적을 적어 알리고 있는 걸 봤습니다. 고맙소. 그런데 한글을 누가 만들었는지 조사해서 발표한 것을 봤더니 국민 80%가 훈민정음을 내가 아닌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것으로 알고 있더군요. 눈병까지 나면서 짐이 한글을 만들어주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니...”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 이어서 “내가 오늘 서울에 와서 지난해보다 영어 간판이 더 늘어나고 일부 방송국 이름은 영문으로만 된 것을 보니 서글프도다. 연변 조선족 동포들은 중국에 살면서도 간판에 중국어보다 한글을 먼저 쓰는 등 우리 말글을 아주 끔찍히 사랑한다. 참 잘하는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서울 사람들은 연변 동포들에게 부끄러워할 지어다.”라고 따끔한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 행사도 역시 진행은 참 어설펐다. 본 행사 전 공연 때에 출연자가 바뀌는 순간 음향시설 설치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가 하면,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행사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잔소리를 늘어놓아 본 행사가 30분이나 지연되고, 출연자들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와 광장에 나와보았는데 썩 감동적인 행사가 안보여서 실망했습니다. 해마다 나와보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부스를 마구잡이로 늘리기 보다는 진정으로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겨주는 그런 행사를 선정했으면 합니다."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왔다는 최영분(41살) 씨의 말이다.

 

한글날이야 말로 그 어떤 국경일보다 큰 잔치를 해야 할 날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어설픈 행사를 잔치라고 벌려놓아 시민들을 실망하게 만드는 것은 주최측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차라리 예산을 좀더 들여서라도 전문 행사기획자들이 관여했으면 한다.  물론 시민의 의견도 반영하여 선택과 집중을 적절히 갖춘 잔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내년에는 부디 한글날을 한글날답게 대우하는 잔치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