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첩》에는 <자리짜기>라는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탕건을 쓴 것으로 보아 몰락한 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자리를 짜고 있지요. 고드랫돌을 앞으로 넘겼다 쥐로 넘겼다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말없이 자리를 짭니다. 열심히 자리를 짜야만 생계를 이을 수 있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신분과는 달리 이렇게 일을 해야만 하는 신세가 처량한 탓인지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짭니다.

그런가 하면 그 뒤에선 이 남자의 아내로 보이는 한 여인네가 역시 말없이 물레를 돌리고 있습니다. 오른손으론 물레를 돌리고, 왼손으론 고치를 높이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또 그 뒤에선 아들로 보이는 한 어린아이가 책을 읽고 있지요. 한 방 안에서는 자리를 짜고 물레를 돌리는 소리가 들리고 “공자왈 맹자왈” 책 읽는 소리가 낭랑합니다.
예전 조선시대 때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로 아기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와 다듬이질 소리 그리고 글 읽는 소리를 꼽았다고 합니다. 이 집은 가세가 기울어 부부가 자리짜기와 물레질로 종일 힘들게 일을 해야 하지만, 대신 아이의 책을 읽는 소리로 삶 속의 고통을 잊으려 합니다. 책 읽는 아이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김홍도의 그림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김홍도의 이 그림은 어쩌면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어떤 위안을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