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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장마뒤끝 오얏들이

[석화대표시 감상과 해설 54]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시선집 《연변》, 45쪽

 

                                    * 오얏 : 자두

 

 

 

 

< 해 설 >

석화시인의 이 시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감칠맛이 나는 서정시다. 시인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예언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 작품은 기승전결의 내적 구조를 가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시다.

 

제1연은 기(起)에 해당하는데 여기서는 칠월 장마뒤끝의 오얏이 애기엄마 젖꼭지만큼 하다는 기발한 비유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비유는 독창성을 전제로 하고 원칙적으로 한 번 주어지는데 그것은 시인의 특허다. 분홍바탕에 자주빛이 감도는 오얏을 애기엄마 젖꼭지에 비유한 것은 아마 석화시인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이게 바로 모양과 색깔의 동질성에 바탕을 둔 “이질동구(異質同構)”, 즉 이질적인 사물들 간의 비유가 성립될 수 있는 까닭이요, 형식주의 자들이 말하는 “낯설게 하기”다.

 

제2연에서는 기(起)를 받아 물고 꽃잎을 나비에 비유했고 오얏이 어제 오늘 다르게 굵어진다고 했다. 승(承)에 해당되는 대목이다. 쉽게 말하자면 분위기를 조성하고 능청을 떨었다.

 

제3연과 제4연의 첫 구절에서는 “노랗게 단물이 들었다”는 시각적 이미지와 “입술을 톡 쏘는 싱싱한 맛”이라는 미각적 이미지를 구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술을 감빨고 있는 새색시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린 할아버지를 등장시킨다. 이는 전(轉)에 해당한다.

 

무엇이 좋아서 할아버지의 입이 귀에 걸렸을까? 이제 이 시골에도 아기 울음소리가 들썩할 것이고 이는 십년만의 경사이기 때문이란다. 이는 결(結)에 속한다.

 

보다시피 이 시는 비유적인 이미지와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 및 기승전결의 내적 구조를 통해 머지않아 다시 살아날 조선족농촌의 내일을 그린 수작이라 하겠다.(김정영ㆍ김호웅 <시인의 실험정신과 조선족공동체에 대한 시적 형상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