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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최고음으로 메기는 앞산타령의 본절(本節)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31]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산타령을 구성하고 있는 악곡 가운데 대표적인 <놀량>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선소리는 놀량이 대표적인 소리인데, 그 뜻은 놀 작정, 놀 생각, 놀 의향 등으로 풀기도 한다는 점, 놀량의 노랫말에는 의미 없는 가사의 입타령이 많은 편이며 뜻을 알 수 있는 사설은 후반에 나오고 있다는 점, 장단도 일정한 빠르기나 형태로 반복되지 않고, 소리에 따라서 2박, 3박, 4박 등 다양하다는 점을 말했다.

 

또 놀량의 선율 형태에는 솔-라-도의 상하형 선율과 높은 음역에서는 미-솔-라-도의 상행, 또는 도-라-솔-미의 하행선율이 활기차게 나타난다는 점, 서도의 놀량은 가사의 의미가 분명하고 서도식의 요성(搖聲)창법과 비교적 빠른 박자로 진행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앞산타령 이야기로 이어간다.

 

첫 곡 놀량에 이어 산타령의 두 번째 악곡이름이 앞산타령이고, 세 번째 악곡이 뒷산타령이다. 앞산타령이란 이름에서 <앞>이 뜻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벽파는 《가창대계》에서 서울을 두고 앞에 있는 여러 산을 부르고 있어서 <앞산타령>, 그 뒤에 둘러있는 여러 산을 부른 것이 <뒷산타령>이라고 정리한 바 있다.

 

황용주의 《한국경서도창악대계》는 가사의 내용으로 보아서 꼭 그렇다고 하기 보다는 먼저(앞에) 부른다는 의미로 앞산타령이라고 한다고 얘기한다. 참고로 앞산타령의 가사에는 관악산, 도봉산, 태백산, 지리산, 삼각산, 남산, 북악산, 금강산, 계룡산, 부소산, 영주산, 백두산, 금오산, 방장산, 내장산, 덕유산, 등의 이름과 함께 절이나 강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앞산타령의 시작은 모갑이가 <나 너-니나, 노오 오오오--->와 같은 입타령으로 내 주면 그 다음의 <에 에허 에허>부터는 여러 소리꾼들이 제창으로 받아 부르는데, 이 부분에서 음정이나 장단의 빠르기 등이 결정되어 진행되며 첫머리는 흔히 모갑이의 선창으로 자유롭게 낸다. 앞에서 소개한 <놀량>이 처음부터 통절형식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다르게, 앞산타령은 장절(章節)로 나누어져 있는 점이 다르다.

 

각 장절의 시작은 독창으로 부르는 부분이 정해져 있어서 이 부분을 독창자가 부르고 나면, 그 다음 부분은 다 함께 제창으로 부르게 된다. 마치, 일반 노동요나 농요에서 볼 수 있는 ‘메기고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앞산타령의 경우, 본 절의 시작은 독창자가 가장 높은 고음(高音)으로 메기게 되고, 이어서 본 절에 딸린 독자적인 후렴귀는 전체 소리꾼이 제창으로 유연하게 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메기고 받는 형식은 서로의 역할이 정해져 있고, 서로 주고받는 독창과 제창의 형식이어서 전혀 다른 가락들을 노래하는 듯한 변화를 느끼게 되기 때문에 들을 만한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요나 노동요, 또는 상여소리와 같은 메기고 받는 소리형태에 있어서 메기는 부분은 질러내는 형태, 낮은 음으로 숙여내는 형태, 그리고 중간 음으로 내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러나 앞산타령에서의 메기는 소리는 곡 중에서 가장 높은 고음으로 질러낸다는 점과 중간에 조르는 목을 구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감상자들은 독창자의 다양한 목구성이라든가, 음악적 기교, 요성(搖聲)이나 시김새 등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점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것이 재미가 있고, 제창으로 받는 가락 또한 흥을 유지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은 것이다.

 

 

앞산타령의 노랫말은 벽파 이창배 명인이 6절을 소개하고 있는데 견주어, 그의 제자 황용주는 5절을 추가하여 모두 11절을 교재에 싣고 있어서 보다 내용이 확대되고 풍부해 졌다.

 

앞산타령의 시작은 모갑이의 독창으로 <나 너- 니나 노오 오호오~>를 내면 여럿이 제창으로 <에- 에허에허 에헤야아 에- 어허어 어허 이허 허루 산이로구나 에 ->로 시작한다. 앞산타령에는 각 지역의 산 이름과 함께 절 이름, 또는 강 이름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 참고로 3절까지의 본절 노랫말과 이에 따른 각기 다른 후렴구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본절- 과천(果川) 관악산 염불암은 연주대요,

도봉(道峰) 불성(佛性) 삼막(三幕)으로 돌아든다.(독창자)

후렴- 에- 어디히 이에 어허에헤에야 에-허 에헤 이여 어루

산이로구나. (제창)

2. 본절- 단산봉황은 죽실을 물고 벽오동 속으로 넘나든다.(독창자)

후렴- 경상도 태백산은 상주 낙동강이 둘러 있고, 전라도 지리산은

하동이라 섬진강수로만 다 둘러있다.(제창)

3. 본절- 동불암 서진관 남삼막은 북승가요, 도봉 망월 천축사라.(독창)

후렴- 해외소상강 일천리 너른 물에, 굽이 출렁 동정호로만 다 둘러 있다.(제창)

<이하 줄임>

 

노랫말 제1절의 <과천(果川) 관악산(冠岳山)>을 노래할 때에는 <과>를 생략하고 <천>을 관악산에 붙여 발음하고 있다. 때문에 <천관, 악산>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것은 멋을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의미가 통하도록 정확하게 불러야 한다. 성악곡은 노랫말에 곡을 붙인 것이기에 노랫말의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