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복궁 지경다지기>의 세 번째 과정인, 초(初)지경 다지기를 소개하였다. 소리꾼 모두가 장단과 호흡을 맞추어 가며 뒷소리를 받게 되는데, 이는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거나 내릴 때, 운율의 일치로 힘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 지경다지기 소리에는 “에여라 저어”와 “에여라 지경이요” 같은 두 종류의 후렴구가 있는데, 전자가 4글자 단위, 후자는 10글자 안팎의 문장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육체적 노동은 말 할 것도 없고, 정신적 활동, 또는 매사 모든 일의 전개 과정이 그렇듯이, 기초가 튼튼하고 확실해야 함은 절대적이라 하겠다. 집 짓는 경우를 예로 든다면, 그것이 비록 작은 초가집이라도 땅을 단단하게 다지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우는 일은 절대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더욱이 수백 수천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주택이라면 그 중대성은 더 이상 강조할 것이 없다.
그런데 그 옛날 한 나라의 임금을 위시하여 3,000여명의 대가족이 함께 살게 되는 궁궐을 짓는 공사에서 땅을 굳건하게 다지는 기초작업의 중대함은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만일 이러한 과정이 힘들고 괴로워서 적당히 끝맺음을 하거나, 또는 소홀히 한다면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될 것이다. 모래위에 높고 화려한 집을 지을 수 없듯이, 기초과정을 생략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생각한다면, 지경다지기의 참 뜻, 다시 말해 기초과정을 단단히 한다는 이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충분히 이해 될 것이다.
다음, <경복궁 지경다지기> 재현 행사의 네 번째 과장은 마당놀이이다.
여러 명의 일꾼이 그 무거운 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지경을 다지는 일은 휴식시간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세 번째까지의 힘든 작업과정을 끝낸 일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춤과 소리판을 펼치는 과정이 바로 마당놀이인 것이다.
흔히 마을의 놀이판처럼, 아낙네들이 술동이를 내 오면, 돌아가며 술잔을 나누고 풍물굿을 치며 마당놀이가 시작된다. 모갑이가 선창을 내면 모든 일꾼들이 후렴을 받으며 흥겹게 춤을 추기 시작하고, 신명나게 노래도 부르면서 놀이판은 달궈지게 마련이다.
이때 이들이 부르게 되는 대표적인 노래가 바로 ‘양산도’와 ‘방아타령’이라는 소리인데, 이 소리들은 우리가 익히 들어 온 통속민요의 양산도와는 다른 소리이다.
“에라 놓아라, 아니 못 놓겠네, 능지를 하여도 못 놓겠네, 에헤이 에”라든가,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 마라. 장안의 호걸이 다 늙어 간다.” 또는 “ 아서라 말아라, 네 그리 마라, 사람의 괄시를 네 그리 마라”와 같은 귀에 익은 곡조가 아니라 바로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려온 노동요로 간단 소박한 가락과 단순한 장단이 특징인 노래이다. 그 노래 말도 안구와 바깥구로 구분되어 문답식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세련된 문장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이 많아 재미있게 엮여져 있다. 서울 경기의 노동요로 전해오는 ‘양산도’의 노랫말이 재미있다.
후렴 ※ 에~헤이~ 에~에 에헤에~리 도~아
1. 허공중천 뜬 기러기, 동남풍에 놀고,
이십 안쪽 큰 애기는, 내 품 안에서 논다.
2. 십 원짜리가 없으면 오원에 두 장도 좋구요,
술집에 색시가 없으면 술집에 주모도 좋단다. (이하 줄임)
또 이어지는 ‘방아타령’의 경우도 위 ‘양산도’와 비슷하다. 경서도지방의 대표적인 통속민요, 곧 “일락은 서산에 해떨어지고 월출동령에 저기 저 달이 막 솟아온다.”가 아닌 단순하고 소박한 장단과 가락으로 이어지는 노동요이다. 그 일부를 소개해 본다.
후렴 ※ 에헤 에헤에 에헤에야 에라 우이겨라 방아로구나.
너니가 나노 나니가네노, 니나노 방아가 좋다.
1. 모두 아차 좋구나. 이 방아가 웬 방아냐, 여주 이천에 자채 방아,
김포 통진 밀다리요, 날로 장차 찧어도 헛방아 뿐이로구나.
2. 모두 아차 좋구나. 이 방아가 웬 방아냐, 찧기 좋은 나락방아,
원수 끝에 보리방아, 날로 장차 찧어도 헛방아 뿐이로구나.
3. 모두 아차 좋구나 이 방아가 웬 방아냐, 산에 올라 수진방아,
들로 나려 디딜방아, 날로 장차 찧어도 헛방아 뿐이로구나.(아래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