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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들이

[화보] 우리 땅에서 본 지평선 해넘이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한국은 많은 산으로 이루어진 산악국가이다. 그렇지만 산 꼭대기에 빙하를 이고 있는 높은 산은 없으며, 마음 먹으면 언제나 오를 수 있는 사람과 친근한 산이고, 사람을 감싸주는 포근한 산들이다. 그런 산들로 가득한 한겨레의 국토는 북쪽으로 가면서 더욱 거칠어지며 백두산을 경계로  북으로 대륙 중국과 맞닿아있고, 나머지는 동ㆍ서ㆍ남쪽은 모두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한국은 산이 많아 땅의 7할이 산지이고 그 산과 산 사이에 흐르는 강가에는 비좁은 논과 밭이 있다.

 

한국의 산과 들은 광활하지 않아서 중국의 발판이나, 미주의 대평원 같은 광야나 대평원을 볼 수 없다. 따라서 광야에서 느끼는 광대한 대지의 드넓음 대신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에 담겨, 한국인의 예술적 심성에도 그대로 담기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한국에서도 대륙의 광야에서 보는 하늘과 땅이 아스라히 먼 곳에서 만나는 지평선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오직 한군데 있으니, 그곳은 전라북도 김제 호남평야에서 보는 지평선이다.

 

호남평야의 몇몇곳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옛부터 드넓은 논에서 풍부한 쌀을 생산하였다. 하지만 벼를 심을 수 있는 조건으로는 평평한 땅만으로는 안되고, 풍부한 물공급이 절대적이다. 우리 선조들은 삼국시대 이전인 삼한시대에 이미 쌀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이곳을 흐르는 만경강 강줄기를 막아서 넓은 저수지를 만들었다. 김제란 이름의 유래는 그 때부터 라 할 수 있는데, 김제(金堤)란 금처럼 고귀한 제방이란 뜻으로, 삼한인 마한시대에 만든 제방이 벽골제이다. 이 벽골제가 있었기에 한국인은 옛부터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한국의 쌀농사는 그만큼 오래되었고,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화석은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이 아닌 바로 한국이다.

 

벽골제는 삼한시대로부터 물을 담기 시작하여 조선말 동학혁명이 일어날 때까지도, 농한기에는 제방에 물을 가득 가두었다가 여름철 농번기에는 논에 물을 충분히 공급하도록 했던 귀하고 귀한 제방이었는데, 조선 후기 이후 저수지에 쌓인 흙을 파내지 않아, 저수량이 줄어들고 저수지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리되자 차츰 물을 가두던 저수지가 논과 밭이 되었고 저수지가 말라버리게 되었다. 지금은 저수지의 하류에 제방의 일부와 물을 가두었던 수문 몇개만 부분적으로 남아서 2,000년 전 삼한시대부터 벼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관개시설인 벽골제의 유적이되어 옛 역사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김제평야인 김제시 죽산면에는 호남평야를 가로지르는 도로들이 만들어지고, 그 도로의 양쪽 옆에 잘 자라는 메타세콰이어를 심어서, 평야가 이루는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다. 지평선과 메타세콰이어 그리고 붉은 해가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김제 호남평야에서만 볼 수 있다.

 

지금은 쌀농사를 마무리하고 벼가 익어가는 계절이라, 풍년을 맞이하여, 농부들의 마음만은 부자가 되는 때다. 그러나 벼농사가 잘되어도 쌀소비가 줄어들고, 외국산 쌀들이 많이 들어와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 농민들의 마음은 편하지 못하다고 한다. 그래도 여름 더위를 무릅쓰고 길러낸 귀한 쌀들을 많이 거두어 들이고, 그동안 농사짓느라 고생했던 농부들을 위로하고자, 김제에서는  풍년을 축하하는 지평선축제를 열고 있다.

 

한겨레 농경문화의 산실인 김제 호남평야의 지평선을 보노라면 드넓은 지평선에 가득 메운 황금벌판에 저절로 배가 불러온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앞에서 확트인 벌판을 보노라면 가슴까지 후련함을 느낄 수 있다. 김제 호남평야에서 잠시나마 광야와 대평원의 광대함을 느껴본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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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