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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표현하되 때로는 도발적인 발언

[생각의 정치를 편 ‘세종의 길’[行道] 함께 걷기 35]

[우리문화신문=김광옥 명예교수]  정치란 수많은 사람과의 소통에서 출발한다. 정책을 논하는 때는 자주 간담회를 가질 터인데 세종시대에는 기본적으로 서로 모여 학습을 했다. 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은 논어의 첫말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인간의 활동은 배움에서부터 출발한다. 조선의 정치 관리들도 이러한 학습 특히 집단 학습의 형태에서 출발했다.

 

경연의 운영

 

태조는 고려 말의 경연 제도를 이어받아 경연청을 설치했고, 정종과 태종도 이어 경연을 하여 세종 때 경연 강의가 발전하는 선례가 되었다. 세종은 즉위한 뒤 약 20년 동안 꾸준히 경연에 참석했는데, 초기에는 집현전을 두어 경연을 전담하는 학자들을 양성하고 경연관을 강화하여 경연 강의의 질을 높였다.

 

사상의 교환은 사람끼리 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치에서는 예비 작용으로서 경연과 윤대가 있다. 사람들이 모여 공식적인 형식을 갖추며 사적인 학업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경연은 《조선실록》 총 원문 12,470건 중 세종 2,011건으로 세종은 경연을 부지런히 그리고 꾸준히 진행한 임금이다. 실록 전체의 6분의 1에 이른다.

 

경연을 통한 연구 발표 그리고 토의는 아악의 정리나 법전의 편찬 등에 활용되기도 하여 고려 말 이래로 확대되어온 민족 문화를 정리하는데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기능도 갖게 하였다. 경연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보자.

 

경연의 방식

 

경연에서는 한 주제를 가지고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예비적 정책 논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첫째 집단 학습이다. 임금을 중심으로 경연관들이 주재하고 여러 집현전 학사들이 참여한다. 마당놀이도 주연자가 있고 조연자가 있다. 둘째 마당놀이 형식으로 놀이에서는 중심인물이 있고 보조자가 있듯이 경연에서도 그때마다 주재자가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논제에 대해 서로 거들게 된다. 마당놀이는 춤과 노래, 재담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해학과 풍자를 통해 민중적인 애환이나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마당놀이는 구경꾼의 흥을 돋우는데 견주어 경연은 문제 혹은 주제 중심적이다. 문제나 주제를 공유하게 된다.

 

경연의 절차를 보자. 경연은 공부라는 형식으로 당면한 정치 주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다른 의견들을 사전에 조율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한다. 갈등의 큰 요소를 사전에 없애고 토의와 정책 결정을 본론 수준에서 다룰 수 있게 하여 일의 진행에 속도를 붙게 해준다. (마당)놀이 형식을 통해 빈 마음에서 출발하여 현실적인 진지한 과제로 전환한다.

 

셋째 경연은 경(經)과 사(史)가 어우러진다. 경연에서 다루는 교재는 유교철학이 기본이 된다. 《대학연의(大學衍義)》는 여러 차례 읽고 있다. 그러나 때로 역사서를 읽게 되는데 경은 보편적 사상이요 사는 역사 속에서 진행되었던 사례연구가 된다. 넷째 경연에서는 옛 사실과 현재를 견주게 된다, 수직적 시간이 동시대로 치환된다. 《논어》, 《맹자》, 《중용》과 같은 경(經)과 노(魯)나라 역사인 《춘추》등 사(史)에서 나타나는 먼 시대 먼 나라가 오늘 이 시대, 이 땅의 문제로 치환되고 그 문제점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진다.

 

벡스코 방시혁 대표의 발언

 

11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2019 한-아세안 문화혁신포럼이 열렸다. K팝 슈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한ㆍ아세안 국가 정상들 앞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방 대표는 첫 발제자로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아세안의 성장 동력으로 문화 콘텐츠의 비전에 대해 콘텐츠 제작자로서 경험하고 생각해 왔던 점에 대해 기술과 훌륭한 콘텐츠를 접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기술의 존재를 인지하고 경탄하게 되는데 그 가장 좋은 예가 1985년 아프리카 기근을 해결하려는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펼친 10여 시간 동안의 릴레이 공연은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 100여 개 나라 19억 명의 시청자에게 생중계됐으며, 음악을 통해 인류애를 호소했고, 즉각적인 반향과 흥분이 지구를 휩쓸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고 바로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아시아 동쪽 나라의 작은 기획사에서 출발한 방탄소년단이 세계적인 반향을 이끌어냈다."며 "거꾸로 말하면,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유튜브 기술의 존재 가치와 파급력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방 대표는 "수많은 공연 중에 왜 '라이브 에이드'가, 수많은 동시대 예술가 가운데 왜 방탄소년단이 그런 증명을 해낼 수 있었을까? 그것이 좋은 콘텐츠이기 때문인데 시대와 세대에 대한 과감하고 적극적인, 때로는 도발적인 발언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 모든 콘텐츠는 일종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중요한 것은 그 발언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동시대적인 울림을 가졌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방 대표는 "과거와 달리, 지금 시대에는 발언의 보편성만으로는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없다."며 "그 발언은 보편성을 띠는 동시에 특수한 취향 공동체의 열광 또한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일정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열광을 통해 존재감을 알리고, 그 열광에 기대 더 큰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며 "그 예로 '어벤져스' 같은 영화를 들 수 있다. 과거,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히어로물은 특수한 취향의 사람들만 좋아하던 장르였지만, 그 취향 공동체의 열광에 힘입어 현재는 전 세계적인 영향력과 성공을 쟁취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결국 좋은 콘텐츠는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던져져야 할 발언이며, 그런 발언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좋은 콘텐츠의 특성을 몸과 마음으로 알고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 그래서 세상에서 발언을 끄집어내고 색깔을 추출할 수 있는 사람, 전 세계에 말을 걸고, 전 세계가 그 발언에 응답하게 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내일의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의 시대에 아세안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 세종의 경연과 방시혁 대표의 발제에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첫째 개별성과 보편성의 문제다. 세종의 경연에서 사상 책을 읽는 경(經)은 보편성의 사상이고 철학이다. 역사서를 읽는 사(史)는 사례연구(case study )들이다. 경연 중에 비판적인 의견 그리고 시대를 이기고 나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방시혁은 방탄소년단이 시대를 표현하되 과감하고 때로는 도발적인 발언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는 “사실 모든 콘텐츠는 일종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그 발언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동시대적인 울림을 가졌는가?"라고 강조했다. 경연에서 시대를 비판하는 자기주장과 다름없다.

 

둘째 시대를 표현하고 신기술들을 활용해야 한다. 세종은 백성에게 시간을, 생활의 새로운 음악을 그리고 농사에서 새 농사법을 사람치료에 새 기술을(《의방유취》, 《향약집성방》 등), 화포에서, 선박에서 새로운 기술로 새롭게 만들어간 것이다. 현대 대중문화에서 “라이브 에이드'가 인공위성을 이용한 생중계 기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 것이라면 이제는 손바닥 위에서 전 세계인과 수많은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같은 콘텐츠, 같은 감동, 같은 열광을 공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셋째는 열렬한 지자들을 구축해야 한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통해 백성들의 지지를 얻고자 했다, 그러나 한문이라는 단단한 장애물이 막아서서 당대에는 이루어내지 못한 것은 우리문화의 아쉬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다른 언어를 중개하는 중간언어로 자리매김해 가야 한다. 이 시대의 새 과제가 있는 것이다. 방 대표는 "과거와 달리, 지금 시대에는 발언의 보편성만으로는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없다."며 "그 발언은 보편성을 띠는 동시에 특수한 취향 공동체의 열광 또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대성 인식과 도전 정신으로 새로운 보편성 획득은 세종 시대나 오늘날에도 공유하는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음은 더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세종 시대에는 뛰어난 인재가 많았다. 그 시대에만 유독 그런 인재가 존재했을까?. 아니 인재는 길러지는 것이다. 인재를 기르는 것이 좋은 정치이고 유능한 음악제작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