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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진주 묘엄사터 삼층석탑(보물 제379호)

석탑, 덕천강 윤슬에 몸을 담글까
[천년의 얼 석탑, 사진ㆍ시조로 다가가기 4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진주 묘엄사터 삼층석탑

 

                                              이 달 균

 

       사람들아 제발 날 찾아오지 마시게

       허허 내게 날개가 없는 줄 아시는가?

       방금도 남해에 갔다가 덕천강에도 갔던걸

 

 

묘엄사터(경남 진주시 수곡면 효자리 447-1)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시원하다. 이곳은 서부경남을 대표하는 큰 인공호수인 진양호와 가깝다. 근처 마을들은 수몰되어 사라진 고향의 아픔을 함께한 기억도 있다. 진양호는 덕천강물을 가두었는데, 이로 인해 남강 주변의 물난리를 다스렸다. 가까운 곳에 대평마을이 있는데 풍부한 물이 있어 큰 들이 형성된 까닭이기도 하다. 부처님 세상은 이렇듯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이런 곳에 석탑이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열 채쯤 되어 보이는 집들 사이로 삼층탑(보물 제379호)이 보인다. 이 탑은 고려 시대 화강암으로 만든 것으로 높이는 4.6m이다. 누가 갖다 놓았는지 석탑 1층에는 빛바랜 염주가 햇살에 익어간다. 주위에는 주춧돌과 석주, 부도의 덮개돌로 추정되는 팔각형의 석재가 흩어져 있어 사각사각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대부분 석탑이 그렇듯 이 탑의 상륜부도 없어진 상태다. 하지만 뿌리 박혀 있다고 날개가 없을까. 우리들 몰래 남해바다에 귀를 열고, 덕천강 윤슬(달빛이나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에 몸을 담그기도 하면서 미륵 세상을 염원하고 있지는 않을까.(시인 이달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