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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온통 장미가 만발했네요

자신의 몸을 남을 위해 던지는 그런 경험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48]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다시 장미의 계절이 돌아왔구나.

요즈음 서울 등 대도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장미이다. 장미는 장미이되, 땅에서 나무처럼 크는 것이 아니라 긴 줄기가 무한히 뻗어가는 넝쿨장미(rambling rose)다. 어릴 때 많이 듣던 낫 킹 콜의 노래 그대로다.

 

 

넝쿨장미야, 넝쿨장미야

왜 너는 넝쿨이 지는 건지 아무도 모르네

거친 세파에 겪으며 너는 자랐지

누가 넝쿨장미에 가까이 가 주겠는가?

 

Ramblin' rose, ramblin' rose

Why you ramble, no one knows

Wild and wind-blown, that's how you've grown

Who can cling to a ramblin' rose?

 

장미는 원래 화단에 길고 넓게 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라 도회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담장에 심어져 넝쿨로 뻗어가면서 담을 대신한다. 꽃이 피는 오뉴월에는 보기도 좋을뿐더러 가시 때문에 자연스럽게 방범 효과도 높지 않겠는가? 그러다 보니 도회지에 가장 흔한 식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가시이다. 꽃의 여왕, 계절의 여왕이란 직위를 부여받았으면서도 장미는 잎 뒤에 감춘 가시들이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 뭔가 한껏 사랑해주고 싶은 마음에 따끔한 경종을 울린다. 그래서 이 가시는, 사랑의 상처로 비유되면서 여자들에게는 사랑의 눈물이요, 남자들에게는 사랑의 피가 되어 흐를 수 있다는 데서, 아예 장미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나온다.

 

꽃은 꽃으로만 아름답기에

나는 가시가 있는 꽃인 장미꽃을

꽃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있는 당신의 가시가

바로 나를 사랑의 포로로 묶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장미꽃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 윤용기, 나는 장미꽃을 꽃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장미를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보듯 장미는 본질적으로 여성이다. 그 아름다움이 너무나 고혹적이기에 겹겹이 풀어지는 꽃잎들의 그 신비한 배치를 보며 아름다움에 감탄을 억누를 수 있는 사람, 특히 남성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만큼 남성들은 장미를 무턱대고 좋아하기가 십상이지만, 바로 가시가 있다는 데서, 왜 아름다운 꽃에는 가시가 있는가 하는 점으로 인해서 장미꽃은 여성을 그냥 꽃으로만 보지 말고 그 여성의 아픔도 함께 보고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남성들에게 준다.

 

1979년에 나온 영화 ‘장미(The Rose)’가 그런 것이 아닐까?

 

미국에서 60년대를 산 전설적인 여성 락 스타의 고단한 삶, 사랑과 갈등을 그린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아름다운,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사랑을 받는 한 여성을 장미에 비유하면서도 그런 그녀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꽃피워야 할 고귀한 사랑을 장미꽃으로 비유한 것이다. 그 영화의 주제가 ‘장미’는 여성 가수인 베트 미들러가 불러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Some say love it is a river that drowns the tender reed....

어떤 이는 말합니다. 사랑은 연약한 갈대를 삼켜버리는 강물이라고.

I say love it is a flower and you its only seed...

그러나 사랑이란 한 송이 꽃이고 당신은 그 사랑의 씨앗입니다 (가운데 줄임)

 

​Just remember in the winter far beneath the bitter snows

기억하세요. 겨울의 매서운 눈 밑의 저 깊은 속에

Lies the seed that with the sun's love in the spring becomes the rose

봄의 사랑스런 햇빛을 받으면 장미로 피어나는 씨앗이 숨어 있답니다.

 

 

 

다시 장미를 본다. 저 꽃이 아름다운 것은, 영원히 필 수 없는 운명 때문이리라. 아름다움과 화려함은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 우리 인간들도 영원히 살 수 없기에 우리의 삶이 매 순간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이 아름다워지려면 꽃을 피워야 한다. 우리의 삶의 꽃은 무엇일까? 그것은 역시 사랑일 것이다. 부모님의 자식 사랑, 자식들의 부모 사랑, 형제의 사랑, 친구의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나라에 대한 사랑, 이 모든 사랑이 곧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장미꽃이리라.

 

이번 여름엔 사랑을 하고 싶다​

야한 티 하나 사 입고

낯선 여자와

낯선 거리에서

낯설지 않은 사랑을 하고 싶다​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낯선 거리에서 묻고 싶다

                       - 김용화 <장미는 왜 붉게 피는지>

 

 

그런데 그 사랑을 맺기 위해서는 가시로 상징되는 고생과 고통, 고난이 없을 수 없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가시로 만드는 장미의 그 헌신이 있기에 아름다운 꽃이 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힘든 순간을 참고 이겨내며 더 큰 성취를 위해 자신의 몸을 스스로 고난의 구덩이 속으로 던지고 그 속에서 성취를 이뤄내는 헌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젊은 날의 고생이라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고통은 단련을 위한 선물이다. 젊은 날의 군대라는 것도 그렇다. 자신의 몸을 나 아닌 남을 위해 던지는 그런 경험은 우리들의 삶에 큰 비료가 될 것이다. 그것을 비료로 만들고 거름으로 활용하는 사람에게 장미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