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9월로 접어들어 아침저녁 공기는 선선해졌지만 이미 중순인데도 한낮은 여전히 30도를 넘어 여름을 벗어나기가 이리 어렵나 하는 탄식이 나도 모르게 토하게 한다. 우리들은 늦더위를 참아야 곡식과 과일이 익어 풍성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으니 참고 이길 자신은 있다. 더구나 다음 주가 한가위 아니던가? 곡식도 과일도 많이 많이 익어 우리의 한가위가 풍성해서 즐겁고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빌어본다. 지난주 친구 하나가 뜰에 핀 빨간 꽃 사진을 하나 보내준다, 이 꽃은 이쁘고 아름다운 꽃이 아니다. 울퉁불퉁, 삐쭉삐쭉한 꽃잎들이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데 막상 여름을 다 지나고 이 꽃을 보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맨드라미꽃이다. 시골의 담벼락이나 울 안, 사립문 부근에 많이 피지 않았던가? 도회지에 그런 곳이 없어 이미 꽃을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러다가 친구 사진으로 보는구나. 사실 맨드라미는 보기만 해도 덥다. 꽃은 달린 것이 아니라 몸체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빛깔도 걸쭉한 붉은빛이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을 생각게 한다. 그러기에 이 꽃은 아름답다고 보기보다는 괴상하다고 보는 사람이 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저는 학입니다. 저는 지금 프랑스 파리에 있습니다. 보통은 하얀 색이지만 지금 저의 몸에서는 황금빛 광채가 은은히 퍼지고 있는데 혹 보이시나요? 저는 가끔 두 다리를 곧게 펴고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이 박물관 전시장의 진열창 속이고 제가 발을 딛고 있는 곳은 오동나무 판이어서 이따금 날개를 펴고 솟아올라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재미가 좀 없습니다. 누가 봐주면 좋겠는데 여기 프랑스 사람들은 제가 여기 있는지를 모르는 지 거의 오지 않고요, 저의 존재를 알 만한 한국 사람들도 별로 오지 않으니까요.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이곳에 온 지 120년이 넘었습니다. 제 나이요? 학은 천 년을 살 수 있는 것 아시지요? 제가 처음 한국 땅에 내려온 것이 고구려 24대 양원왕陽原王(재위 545∼559) 때인데 그때는 막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니까 그때부터 치면 1,500살이 조금 안 됩니다. 당시 왕산악 선생이 중국에서 온 7줄의 칠현금이란 악기 대신에, 밤나무로 밑판을 대고 그 위에 오동나무로 울림통 덮개를 덮은 6줄의 새로운 악기를 만들었기에 그것을 축하한다고 높은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그때 사람들은 검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 <바람편지>, 천양희 그래 이제 길고 긴 더위에 지친 우리들이 눈을 감고 마음을 열어야 할 때가 되었다. 한여름 무더위가 언제 갈 것인가? 한낮부터 밤까지 땀을 흘리던 우리들의 바람은 이 바람이었다. 우리의 '바람'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어느새', 아니 '마침내' 오고있는 것이다. 그것은 또 늘 그렇지만 새해가 시작된 게 어제 같은데 한 해로 치면 3분의 2가 가고 있다는 뒤늦은 인식과 함께 온다. 이제 올해의 3분의 1이 남았을 뿐이라는 탄식과 같은 것 아닌가? 곧 9월이라 뜻이다. 푸른 옷 벗어 놓고 새 옷을 입는구나 한 철이 지나가고 새 계절 맞이하니 9월이 물드는 것을 그 누구가 막으랴 ... <물드는 9월>, 오정방 초복ㆍ중복ㆍ말복을 지나고, 입추와 처서도 지나고, 9월이다. 입추(立秋)에서 보름이면 처서(處暑)인데 그것도 지났으니 이제 계절로는 분명 가을이렸다. 아직 한 낮에는 그렇지 않지만, 최장의 열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