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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롭고 예쁜 아기 풍차, 치자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34]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치자나무[학명: Gardenia jasminoides J.Ellis]는 꼭두서니과의 ‘잎이 사철 늘푸른 넓은 잎 키 작은 나무’다. 종소명(학명 뒤쪽에 나오는 이름)의 'jasminoides'는 '재스민과 향이 비슷하다'에서 유래되었다. 한방에서는 치자(梔子), 황치자(黃梔子), 수치자(水梔子)라는 약재 이름으로 처방한다.

 

조선시대 강희안의 《양화소록》이라는 책에 치자나무 특징을 네 가지로 정리한 기록이 있다. 첫째, 꽃색이 희고 기름지다. 둘째, 꽃향기가 맑고 풍부하다. 셋째, 겨울에도 잎이 푸르다. 넷째, 열매를 물들이거나 한약재로 쓴다고 하였다.

 

치자(梔子)라는 이름은 열매 모양이 손잡이 있는 술잔과 비슷하여 유래되었으며, 불교와 관련된 담복(薝蔔)이라는 이름도 있다. 담복(薝蔔)은 치자나무의 또 다른 이름이고, 육화는 곧 치자꽃을 가리키는데, 치자꽃은 특히 여섯 장의 꽃잎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육화 또는 육출화(六出花)라고도 하며, 향기가 천하에 뛰어나서 인도(印度)에서는 이 향기를 부처의 아주 뛰어난 도력(道力)과 공덕(功德)의 향기에 견주므로, 치자꽃은 흔히 승려가 불상을 모시고 불도(佛道)를 닦으며 교법을 펴는 집을 상징하기도 한다.

 

 

 

영어로는 ‘케이프 재스민(Cape jasmine)’ 또는 ‘Gardenia fruit’이라고 하는데, 재스민과 비교될 만큼 향이 진하기 때문이다. 유마대사가 대승의 진리를 설명한 《유마경(維摩經)》에서는 “치자나무 숲에 들어가면 치자 향기만 가득하여 다른 향기는 맡을 수 없다”라고 했다.

 

옛날부터 노란빛 염색에 많이 이용하였다. 비슷한 열매의 모양에 따라 공 모양이나 달걀 모양을 "산치자", 긴 달걀 모양을 "수치자"라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수치자를 재배한다. 치자나무와 비슷하지만, 잎과 꽃이 작고 꽃잎이 여러 겹으로 된 것을 ‘꽃치자’라고 한다. 꽃치자는 향기가 너무 강하여 가까이서 맡으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은은한 향을 즐기려면 홑꽃을 달고 있는 치자를 심는 것이 좋다. 꽃말은 청결, 순결, 행복, 한없는 즐거움이다.

 

 

* 꽃치자[학명: Gardenia jasminoides J. Ellis var. radicans (Thunb.) Makino]

 

청마 유치환의 〈치자 꽃〉이란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저녁 으스름 속의 치자꽃 모양 / 아득한 기억 속 안으로 / 또렷이 또렷이 살아 있는 네 모습 / 그리고 그 너머로 / 뒷산마루에 둘이 앉아 바라보던 / 저물어 가는 고향의 슬프디슬픈 해안통(海岸通)의 / 곡마단의 깃발이 보이고 천막이 보이고 / 그리고 너는 나의, 나는 너의 눈과 눈을 / 저녁 으스름 속의 치자꽃 모양 /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지켜만 있는가?”

 

치자 꽃은 살짝 우윳빛이 들어간 도톰한 여섯 장의 꽃잎이 활짝 피어 있어서 마치 예쁜 아기 풍차를 보는 듯하다. 으스름에 바라보는 꽃은 새치름한 눈매에서도 가버린 이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 있는 소복의 여인처럼 언제까지나 지켜보아야 할 것 같은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노란 꽃술 무더기에서 퍼져 나와 코끝을 살짝 스칠 때 느껴지는 달콤하고 진한 향기가 더더욱 기다리는 이를 감질나게 하는 꽃이다. 유치환은 남편을 잃고 홀로 사는 시조 시인 이영도 여사와 연서를 주고받으면서 이렇게 치자 꽃에 비유한 듯하다.

 

옛날에는 군량미를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 치자나무의 열매를 우려낸 물에 쌀을 담갔다가 쪄서 보관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1500년 무렵 중국에서 도입하여 주로 남부지방에서 많이 재배하였다. 잎은 마주나거나 3개의 잎이 돌려나는데 긴 타원형 모양이다. 길이는 3~10cm로 앞면에 광택이 있고 양면에 털이 없다.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잎자루는 짧다.

 

꽃은 6~7월에 유백색으로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서 피며 꽃잎은 6~7개이고 꽃받침은 끝이 6~7개로 갈라진다. 꽃부리는 긴 거꿀달걀꼴로 달콤한 향기가 짙으며 열매용의 치자는 홑꽃으로 수술은 6~7개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길이 3.5cm 안팎이고 보통 세로로 6개의 모서리가 붙어 있다. 열매의 바깥면은 적갈색 또는 황갈색을 띠고 있으나 안은 황갈색이다. 열매의 내부는 두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고 씨앗은 편평하며 5mm 정도인데 덩어리로 엉겨 있다. 9월에 황홍색으로 익는다.

 

치자나무는 분재 소재로도 적합해서 그 수요가 많이 늘어나며, 꽃에서 향료를 추출해 쓰거나 화전(花煎: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치지나무 꽃잎을 붙여서 기름에 지진 떡)이나 생식도 가능하다. 분재로 키울 때는 초봄이나 여름에 굵은 가지를 잘라서 나무 모양을 다듬어 주기만 하면 또 다른 작은 가지가 많이 나와서 저절로 예쁜 모양의 분재가 된다.

 

생육 적정 온도가 16~30℃로 따뜻한 곳을 좋아하며, 물은 매화나무처럼 겉흙이 마르지 않을 만큼 주는 것이 좋다. 장마철에 새로 나온 실한 가지를 10cm 정도 잘라서 아래쪽 잎을 2~3장 따낸 다음 꺾꽂이하면 약 2달 뒤 뿌리가 나고, 씨앗을 뿌려도 싹이 잘 움트는데, 직사광선이 너무 강한 곳에서는 발육이 안 좋아 반그늘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방에서는 해열, 진통, 지혈, 이뇨 등의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감기, 두통, 황달, 각기, 토혈, 불면증 등에 처방한다. 열매를 위주로 하여 잎이나 뿌리도 한약 및 생약재로 널리 쓰이는데, 색소를 추출하는 열매에 사포닌, 그로신, 그리고 꽃에 있는 다량의 꽃 기름이 피로회복, 해열, 식욕 증진에 효험이 있다. 최근에는 치자 열매에 있는 물질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간열이 심하게 나타나는 목의 통증 치료에도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인기 있는 약용 수종으로 취급받는다.

 

《동의보감》에 보면 “가슴과 대장과 소장에 있는 심한 열과 위 안에 있는 열기, 그리고 속이 답답한 것을 낫게 한다. 열독을 없애고 오줌이 잘 나오게 하며, 황달을 낫게 한다. 소갈(消渴:갈증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으나 몸은 여위고 오줌의 양이 많아지는 병)을 멎게 하며, 입안이 마르고 눈에 핏발이 서며 붓고 아픈 것도 낫게 한다”라고 소개할 정도다. 잘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쓰기에 앞서서 잘게 분쇄하여 1회에 2~5g씩 200cc의 물로 뭉근하게 달이거나 가루로 빻아서 복용한다.

 

치자의 황색 색소는 물에 쉽게 녹는 크로신이라는 색소로 내광성, 내열성이라서 물이 잘 들고 일단 염색이 되면 씻겨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주황색 열매를 찧어 노란 물을 우려내서 전(煎), 녹두 빈대떡, 튀김 또는 단무지를 아름답고 예쁘게 물들이는 데 쓴다.

 

[참고문헌 :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문화재청 문화유산정보」,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