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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부인의 흑진주 브로치, 누리장나무

[한국의 자원식물 이야기 41]

[우리문화신문=이영일 생태과학연구가]  누리장나무[학명: Clerodendrum trichotomum Thunb.]는 마편초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 키가 작은 나무’다. 짐승의 고기에서 나는 기름냄새를 누린내라고 한다. 누릿한 장 냄새가 난다고 누리장나무이며 지방에 따라 개똥나무, 구린내나무라고도 한다. 오동잎을 닮은 잎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취오동(臭梧桐)이라고도 부른다. 취동(臭桐), 추엽(秋葉), 취목(臭木), 해동(海桐), 해주상산(海州常山), 명목단수(冥牧丹樹), 누루장나무, 야취포, 취추, 추골풍, 노나무, 개나무, 깨타리, 이라리나무, 누룬나무, 개똥나무, 누리개나무, 누린내나무, 개나무, 저나무, 포화동, 깨타리나무, 구릿대나무 등 지방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약제명은 취오동(臭梧桐)이다. 유사종으로 가지와 잎에 갈색 털이 빽빽이 나는 것을 털누리장나무(var.ferrungineum), 잎 밑이 심장밑꼴이고 끝이 뾰족하며 꽃받침조각이 좁고 긴 것을 거문누리장나무(var.esculentum)라고 한다. 관상용, 약용, 식용, 열매는 천연염료로 활용하는 자원 삭물이다. 꽃말은 친애, 깨끗한 사랑이다.

 

 

 

 

 

누리장나무는 두 전설이 있다. 첫 번째 전설은 애절한 남녀의 이루지 못할 사랑 이야기다.

 

”옛날 어느 마을에 잘생긴 백정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이 언감생신 양가집 규수를 사모하였다. 이를 눈치챈 양가집에서 관가에 고발하여 힘없는 백정의 아들은 곤장만 흠뻑 두들겨 맞고 풀려나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그 아비가 죽은 불쌍한 아들을 위하여 양반집이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묻어 주었다. 얼마 뒤 겨울에 양가집 규수가 우연히 그 무덤 앞을 지나가다가 그만 발이 땅에 붙어버려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 죽고 말았다. 앞뒤 사정을 들은 양가집에서는 결국 두 사람을 합장하였다. 이듬해 봄에 그 무덤가에 냄새나는 나무가 자랐는데 사람들은 그 냄새를 백정이 풍기는 누린내라 생각하여 누리장나무라고 불렀다.” 

 

“옛날 중국의 상산이라는 곳에 암자 하나가 있었다. 그곳엔 스님이 한사람 있어서 날마다 근처의 마을로 시주하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이 학질에 걸려서 오후가 되면 추웠다 더웠다 하여 괴로웠으며, 날이 갈수록 몸이 장작개비처럼 말라 갔다. 어느 날 스님은 아픈 몸으로 산에서 내려와 몹시 가난한 집을 방문했더니 주인은 먹을 것이 다 떨어졌다면서 나무뿌리 죽 한 그릇 내놓았다. 스님은 나무뿌리 죽을 정신없이 먹었고 학질이 다 나았다. 한 달 뒤 한직이 재발하자 스님은 그 집을 다시 찾아가 그 나무를 어떤 것인지 물었고, 나무뿌리를 캐 절로 돌아와서 달여 먹었고는 병이 나았고 그 나무를 절 주위에 심어두고 날마다 죽을 끓여 먹었더니 학질이 재발하지 않았다. 그 뒤부터 스님은 학질 환자를 보면 그 나무로 학질을 고쳐주니 상산의 스님이 학질을 잘 고친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멀리서까지 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이 나무는 그 후 상산의 낡은 절 주위에 심어 널리 퍼뜨렸다 하여 '해주상산(海州常山),이라 부르게 되었다.”

 

전국의 산기슭이나 골짜기의 기름진 땅에서 높이 약 2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잿빛이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다. 밑은 둥글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으며 양면에 털이 난다. 잎 길이 8∼20cm, 나비 5∼10cm로 겉에는 털이 없으나 뒷면에는 털이 나며 잎자루는 길이 3∼10cm이다.

 

 

 

 

 

꽃은 한 꽃 속에 수술과 암술을 모두 갖춘 양성화로 8∼9월에 엷은 붉은색으로 핀다. 취산꽃차례로 새가지 끝에 달리며 강한 냄새가 나지만, 꽃이 필 때는 향긋한 백합 향을 풍긴다. 꽃받침은 붉은빛을 띠고 5개로 깊게 갈라지며 그 조각은 달걀 모양 또는 긴 달걀 모양이다. 화관은 지름 약 3cm이고 5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핵과로 둥글며 10월에 짙은 파란빛으로 익는다.

 

누리장나무는 가을이 되면 냄새 때문에 생긴 불명예를 씻어 버리기라도 하듯 정말 특별하게 생긴 열매로 우리 눈을 유혹한다. 열매가 맺힐 때면 붉은 말미잘 모양의 열매받침을 펼치고, 가운데 1캐럿(지름 6.5밀리미터) 크기의 사파이어 보석처럼 아름다운 열매가 박힌다. 열매는 매끄러운 진한 푸른색으로 가을 하늘과 맞서려 한다. 냄새나무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열매 받침과 열매가 이루는 전체 모양은 브로치(brooch)를 연상케 한다. 개화기 때 한복 저고리의 고름 대신 브로치를 달았는데 그 모양이 누리장나무 열매를 닮은 것이 유행했다. 그런데 누리장나무는 왜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게 되었을까? 이는 붉은 꽃잎 바탕과 푸른빛 열매가 새들에 매력적이어서 종족보존을 위하여 튀는 방식으로 접근을 막는 것이다. 대신, 열매 안에는 목마른 새들을 위한 맛있는 즙액을 잔뜩 넣어 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누리장나무는 한방에서 잔가지와, 꽃, 열매, 뿌리를 수시로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중풍으로 마비가 왔을 때 그리고 혈압 높은 데 처방한다. 아토피, 습진에 달인 물을 바른다. 생즙을 내서 하루에 두 번씩 복용하면 통풍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이른 봄에 새로 나온 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는데, 신기하게도 냄새 성분은 휘발성이 강하여 금방 날아가 버린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 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 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 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