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43쪽부터 44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43쪽 그림 안에 ‘키’와 ‘가슴의 둘레’가 보이고 44쪽 그림 안에는 ‘몸무게’가 나옵니다. 요즘에도 많은 곳에서 ‘신장’, ‘체중’이라는 말을 쓰지만 아이들이 배우는 배움책에는 다 ‘키’, ‘몸무게’ 라는 말을 씁니다. 옛날 배움책에서는 ‘가슴의 둘레’라고 한 것을 요즘 배움책에서는 ‘가슴둘레’라고 합니다. 하지만 같은 뜻으로 쓰기도 하는 ‘흉위(胸圍)’를 쓰는 곳은 보기 어려운데 그 까닭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두 쪽에 있는 그림 아래에 “우리의 몸은 이렇게 자랐다.”와 “우리 몸은 참 잘 자라지!”와 같은 월은 참 반갑고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요즘에도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 따위를 잰 다음 어버이께 알려 드릴 때 ‘신체발달상황’이라는 말을 쓰는데 위와 같이 쓰면 참 알기 쉽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버릇처럼 써 오던 것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이런 옛날 배움책에서 썼던 것을 거울삼아 바꿔 보면 좋겠습니다.
43쪽 첫째 줄에 ‘푸성귀’라는 말이 나옵니다. 요즘 배움책에는 ‘채소’라는 말을 많이 쓰기 때문에 ‘푸성귀’라는 말이 낯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옛날 배움책에서는 ‘푸성귀’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말집(사전)에도 ‘푸성귀’는 ‘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꾼 채소를 뜻하는 토박이말 ‘남새’도 있는데 이런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지 않으니 쓸 수가 없는 것입니다. ‘푸성귀’는 저절로 난 ‘나물’과 사람이 가꾼 ‘남새’를 싸잡아 이르는 말이고, 우리가 흔히 쓰는 ‘야채’는 ‘나물’과 같은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살려 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둘째 줄에 나오는 ‘고기’, ‘물고기’도 얼마든지 배움책에서 써도 되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가게에 가면 ‘육류’, ‘생선’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가게에 가서는 보기 어려운 말이 되었습니다.
여섯째 줄에 나오는 ‘기름기’는 요즘에는 거의 다 ‘지방’이라고 하고 마지막 줄에 나오는 ‘흰자질’은 요즘에 ‘단백질’이라고 합니다. 44쪽 둘째 줄에 나오는 ‘될 수 있는 대로’도 ‘가능한’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푸성귀, 고기, 물고기, 기름기, 흰자질, 될 수 있는 대로와 같은 쉬운 말을 배움책과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 함께 쓰는 날이 얼른 올 수 있도록 더욱 힘과 슬기를 모아야겠습니다.
4354해 무지개달 스무날 두날(2021년 4월 20일 화요일) 바람 바람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