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관악영산회상>은 <대풍류>로 대부분 무용반주로 쓰여 왔다는 점, 상령산은 쌍(雙)-편(鞭)-고(鼓)-요(搖)의 불규칙적 장단이고, 박을 치면 모든 악기가 동시에 시작하지 않고, 북과 장고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피리가 가락을 연주하며, 이어서 모든 악기의 합주가 시작된다는 점, 그리고 연음(連音)형식이 특징이란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와 같은 불규칙 장단의‘상령산’악곡을 무용 반주음악으로 쓸 경우에는 우선 장단을 규직적인 장단으로 바꾸어야 했다. 합주 음악에서는 불규칙 장단이 자연스럽고 묘미가 있지만, 이를 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쓸 경우에는 원곡 그대로의 활용이 어렵다. 그 이유는 여러 명의 무용수가 동일한 동작, 또는 통일된 춤사위를 표현해야 하는데, 불규칙장단의 음악으로는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장고점간의 시가(時價)를 규칙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상령산>이라 하더라도, 관악의 상령산과 현악이나, 평조회상의 상령산은 그 장단의 형태는 같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악 영산회상이나 평조회상의 상령산 장단형은 雙이 6박, 鞭 4박, 鼓 4박, 搖 6박으로 구성된 느린 20박자 형, 장단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관악영산회상 상령산의 경우는 20박자 형의 규칙적 진행이 아니라, 그 이상도, 또는 그 이하도 될 수 있는 불규칙 장단이라는 점에서 앞의 상령산과 다르다. 또한 첫 박의 합장단인 雙도 鞭과 鼓(구음으로는 기덕-쿵)로, 갈라치는 주법으로 변화된 주법을 택한다. 이 갈라치는 주법은 먼저 채를 치고, 후에 북편을 친다는 뜻에서 선편후수(先鞭後手)라고 한다. 곧 진행의 순서는 동일하나, 각 박자군의 시가가 불규칙적으로 진행하는 점이 앞의 현악이나 평조회상 상령산과 다르다는 점이다.
그 밖에 6박자로 구성된 도드리장단으로 연주되는 <삼현환입>, <하현환입>, <염불환입> 등에 있어서도 선율의 진행에 따라 다양한 변형장단이 출현하고 있다. 이는 장고 주자의 즉흥성이나 임의성을 허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정형화된 변형장단인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장고의 기교가 우수한 연주자라고 해도, 이 악곡들의 선율진행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면 연주가 불가한 것이, 또한 이들 악곡의 어려운 점이며 특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 장단은 雙-鞭-鼓-搖의 불규칙 장단이다. 또한 합장단을 가리키는 雙의 주법은 채편과 북편으로 갈라친다고 했다. 雙을 채편과 북편으로 갈라친다고 하는 말을 장고 소리나는 대로 곧 구음(口音)대로 옮겨보면 기덕- 쿵이다. 여기서 기덕은 1박자 정도이고, 쿵은 2박자 정도 되는 셈이어서 雙의 길이는 약 3박자 정도가 된다.
그러므로 관악영산회상 상령산에서 雙-鞭까지의 박자는 3박자 정도, 鞭-鼓까지가 2박, 鼓-搖까지 2, 그리고 搖에서부터 다음 장단의 雙까지 3박이어서 한 장단의 길이는 도합 10박 정도의 규칙적인 장단을 만드는 것이다. 다소 설명이 장황했으나. 박자 수가 불규칙한 상령산의 한 장단을 대략 10박의 규칙적 장단으로 만들어 무용음악으로 쓰게 된다는 점이, 대풍류의 그것과 차이점이라 하겠다.
그 밖에도 변화된 부분은 북과 장고가 나오는 시작 부분의 처리이다. 대풍류의 시작부분에서는 북과 장고가 나오고, 선율 악기들은 쉬고 있었으나 무용반주에서는 선율악기가 처음부터 연주에 가담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가락을 첨가하여야 한다. 또한 실외에서 공연되는 무용의 반주음악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낮은 음들로 이어지는 낮은 선율들은 잘 쓰지 않는다.
마이크도 없던 시절, 음악이 잘 들리지도 않을뿐더러 분위기가 가라앉게 되면 이러한 부분들은 대부분 옥타브 위 음으로 올려서 연주하게 되는 것이 관습이었던 것 같다. 또한 대풍류에는 중(仲) 1음으로 한 장단을 길게 이어가는 장단도 있는데, 춤 반주음악의 경우, 이러한 부분은 생략한다.
이렇게 순수 기악합주곡인 관악영산회상 상령산을 궁중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원곡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 부분을 변주시켜 활용해 온 것이다.
이를 정리해 보면, 불규칙장단으로 이어지는 대풍류의 장단, 쌍-편-고-요는 각 장고점간의 박자를 일정하게 진행시키고, 가락 없이 북과 장고로 시작되는 부분은 피리의 가락을 첨가하며, 낮은 음역의 진행은 올려서 연주한다는 점, 그리고 가락 없이 한 음으로 길게 이어가는 장단은 생략한다는 점, 등이다.
이렇게 원곡을 변주시켜 궁중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사용해 온 악곡이 곧, 그 유명한 향당교주(鄕唐交奏)라는 음악인 것이다. 조선 전기에는 향악(鄕樂)과 당악(唐樂)의 교주(交奏), 곧 향당합주를 뜻하던 말이 조선 중기 이후부터는 무용음악을 뜻하는 말로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