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중년이 되면 자기도 모르게 “라떼”를 들먹이게 된다. ‘나 때는 20대에’, ‘나 때는 30대에’라는 식으로 말을 하다가 어느 순간 “한 해”가 다르다는 표현을 하는 시점이 오게 된다. 이런 느낌을 받게 될 때 본격적으로 중년의 슬픔이 시작된다. 그 시작을 어떤 이는 ‘노안’에서 인식하고, 어떤 이는 귀찮음으로 시작되는 피로에서 인식하고, 어떤 이는 소화력이 떨어진 것에서 인식한다. 중년의 고달픔을 알리는 신호는 각 개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지만, 진료 중에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은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모습과 귀찮음에서 출발하여 몸무게가 늘어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결국은 ‘피로함’을 통해 어느 순간 건강에 대한 빨간신호등을 느끼는 것인데 우리가 느끼는 피로는 삶 속에서 다양하게 우리를 힘들게 한다. 나이를 먹어가는 중에 피로를 느끼면 어느 순간 귀찮음을 느끼고 나도 모르게 “다음에”, “내일”로 미루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기본적인 흐름은 세포의 활동성이 나의 의지를 따르지 못하고 어느 순간 의지마저 게을러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부터 몸무게가 늘면서 좋게 말해서 중년의 인품이 드러나고, 어떤 의미로는 내 몸마저 귀찮아지는 슬픔이 생긴다. 하지만, 그저 ‘그런 거니’ 하지 말고 왜 세포의 활동성이 떨어지게 되었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근원적인 것부터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생체리듬
한의학에서 사람의 생체리듬을 말할 때 천계(天癸, 생식 능력을 일으키는 하늘의 기운)를 기준으로 여성은 7년을 주기로, 남성을 8년을 주기로 말한다. 까마득한 예전의 기록이지만 여자 나이 14살에 생리를 시작하고 49살에 폐경이 이루어진다는 기록을 기준으로 보면 요즈음도 적용되는 생체리듬에 대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이 기록을 토대로 보면 여성은 五七(35세, 陽明脈衰, 面始焦, 髮始墮) 남성은 五八(40 腎氣衰, 髮墮齒枯)에 몸이 쇠하기 시작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몸이 달라지는 시점은 여성은 六七(42세 三陽脈衰於上, 面皆焦, 髮始白), 남성은 六八(48 陽氣衰竭於上, 面焦髮鬢斑白)부터 이지 않나 싶다.
이때부터 일반적으로 노안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몸이 무겁고 귀찮음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내 몸이 예전과 다르구나’, ‘회복되지 않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하는구나!’ 하고 느끼기 시작한다.
六七, 六八이 되면 곧 남자 나이 48, 여자 나이 42세가 되는 천계의 여섯 번째 주기가 다가오면 외형적으로는 얼굴에 주름이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세기 시작하고, 가까운 거리가 잘 안 보이는 노안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몸의 대사 효율이 떨어지면서 몸이 무겁고 귀찮으며, 수면이 점점 얇아져 충분한 회복이 점점 힘들어진다.
이때 드러나는 여러 증상이 있지만, 종합적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외형적으로는 쉽게 지치며 내부적으로 몸에 산소공급과 영양 공급이 충실해지지 못하는 것이다. 곧 조금만 과하게 움직여도 숨이 쉽게 가빠지고, 조금만 과식해도 호흡이 거칠어지며, 운동을 하는 척만 해도 숨이 차고, 땀이 넘치는 것이다.
숨쉬기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
우리 몸에서 ‘숨’은 생명의 시작이자 끝이다. 말 그대로 태어나서 울음과 더불어 한 호흡 속에서 삶을 시작하면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시점이 인생인 것이다. 더구나 한의학에서는 인간이 태어날 때 평생 호흡수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였고, 호흡을 깊고 길게 함으로써 장수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아 여러 호흡법이 발달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복식호흡과 단전호흡이며 이러한 호흡의 단계에 따라 건강과 수명 정도를 예단하였다. 현대에는 이 호흡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세포에 산소공급이 충실하게 이루어지며, 세포의 대사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가를 올바른 호흡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숨쉬기를 통해 충실하게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우리 몸 건강의 기준 가운데 하나가 되는데, 중년 이후 노년은 이러한 호흡의 효율이 떨어지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호흡의 효율이 저하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크게 보면 호흡기 통로의 구조적 문제와 산소공급에 관여하는 장부의 쇠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호흡기 통로와 폐가 약해지면 코에서 가온 가습이 어려워지면서 비염과 축농증, 중이염이 발생한다. 인후에서 편도가 부담을 받으면 잦은 감기와 기침, 인후염이 발생한다. 기관지에 부담이 심해지면 기침, 기관지염, 천식이 발생한다.
가스교환에 관여하는 장부는 피를 순환시키는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피의 전달 능력이 저하되면서 조금만 움직여도 심장이 동동동 거리는데, 그 조짐은 수면이 얇아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또 피를 정화시키는 재활용 공장인 비장이 약해지면 노후되고 손상된 혈구가 많아지면서 산소전달의 효율이 떨어져서 몸이 무거워지고 만사가 귀찮아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 하품이 많아지면서 많은 호흡을 요구하게 된다.
게다가 몸의 대사 조절의 축이 되는 부신의 기운이 빠지면 전체적인 세포의 활력이 떨어져서 두뇌 피로가 심해지고 신진대사 효율이 저하된다. 이때 움직이면 땀만 많아지고 힘이 나질 않아 억지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중년 이후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숨이 예전 같지 않다 싶으면 건강을 위한 노력과 관리가 필요하며 이때 한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숨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다면 보통 이때부터 건강에 대한 대책을 찾게 된다. 운동을 고려하기도 하고 건강식품을 찾기도 한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자신의 건강에 대한 한의사의 조언과 양방의 검사를 참고하고 자신의 생활리듬과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자신의 건강 취약점을 없애고 건강의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의 방향의 정립하는 요점
첫 번째 자신의 생활리듬을 점검한다
인간의 건강은 몇 가지 리듬(규칙성)으로 정의 할 수 있다. 가장 근원적인 것은 때가 되면 졸리면서 자는 수면의 리듬이 일정한지 그리고 수면과 활동의 진폭이 일정한지를 점검해보자. 또한 때가 되면 배가 고프며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가지는지와 맞물려 배변과 소변의 일정함까지 점검해 보자. 이러한 생리적인 리듬의 기초위에 일과 휴식, 여가시간을 점검해서 건강을 우선으로 한 조절을 시도해 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무리가 안 되는 운동을 찾자
몸이 예전 같지 않고 호흡에 대한 부분이 전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심폐의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때 운동이 정석이다. 문제는 이 시점부터 유산소 운동이 버거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곧 이때부터 유산소 운동에 애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어떤 이는 호흡이 받쳐주지 못하고, 어떤 이는 과체중으로 관절이 받쳐주지 못하고, 어떤 이는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으로 심장이 받쳐주지 못하게 되어 정작 운동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건강을 가진 분들이 예년에는 마음만 먹으면 런닝이건 줄넘기건 거센 유산소 운동을 일정하게 할 수 있어서 사점(死點: 숨차고 힘든 고비)을 넘기고 극복하여 운동의 가벼움과 상쾌함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부터는 사점(死點)까지의 운동 부하를 견디기 벅찬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호흡이 받쳐주지 않거나 관절이나 심장이 버텨주지 못하는 경우라면 걷기가 가장 좋은 유산소운동이다. 이때 맨발로 모래밭이나 자갈길 걷기를 권한다. 우리가 몸을 쓸 때 운동(運動)과 노동(勞動)을 구분한다면 걷기는 노동의 영역에 가까우며 맨발로 걷기는 운동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환골탈태하자
일전에 고교시절 친구를 치료하고 서로 농담 삼아 말한 소회가 있는데 “얼굴이 밝아졌네, 이제 기운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친구왈 “음 환골탈태했지” “무슨 그 정도가 환골탈태냐 그냥 조금 살아난 정도지” 친구왈 “이 나이에 이 정도 변했으면 이게 활골탙태지 뭐겠어” “그래 무협지 수준의 기준이 아니라면 환골탈태가 맞기도 하다”
보통의 평범한 현대인들이 평범한 삶을 살다 보면 40대 50대가 됐을 때 몸에 세월과 더불어 덧대어진 안팎의 찌든 흔적이 있다. 이를 함께 일러 노폐물이라 한다면 이를 깨끗하게 정화할 방안이 있다. 내 몸의 세포와 통로에 찌든 때를 한번 벗겨내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질병은 자연스럽게 소실되고 방해받아 억눌리고 죽어가던 세포는 활력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