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동하 작가]
아버지와 음식을 먹는 일은 내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무엇인가 맛있다고 해서 많이 드시지도 않고, 그리고 그것만 자주 드시지도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고 당신께서 드시고 싶어 사 온 것이라 해도
딱 한 끼니만 드시면 거의 젓가락을 대는 일이 없으셨다.
그런데도 시장에 가거나 상점에 가면, 뭔가 자잘하게 사는 것을 싫어하시는 성격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을 때, 아버지는 포항 죽도시장에서 아마도 가장 큰 문어를 통째로 사 오신 적이 있으셨다. 이 문어의 크기는 지금도 가끔 텔레비전에나 나올만한 크기의 문어였는데, 내 기억으로는 머리부터 다리까지의 길이가 족히 2m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문어였다. 시장에서 이 문어를 보는 순간 뭐에 홀린 것처럼 사게 되셨단다.
그 문어를 집에 가져와서 다리 하나씩 잘라 작은아버지 집에 보내고, 동네잔치를 한 다음에도 몇 주간 그 문어를 이렇게 저렇게 요리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 뒤론 문어를 잘 먹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으로 텔레비전을 살 때도, 당시 전자대리점에서 다리 달리고 문도 달린 가장 큰 20인치 텔레비전을 구입하셨다. 사실 지금으로 보자면 화면의 크기가 작기 이를 데 없지만, 당시에는 텔레비전은 가전제품이 아니라 부의 상징이었던 가구에 가까웠다. 그 시절 아버지 사업체가 망해서 집도 아주 작은 곳으로 이사와 있던 상태라, 그 텔레비전의 크기는 안방의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제주도에서 묵으시던 호텔에 화면이 큰 벽걸이 텔레비전을 보시며 좋아하시기에 아버지 댁에도 좀 큰 텔레비전으로 바꿔드려야겠다, 생각했었는데, 불과 몇 달 뒤 돌아가시고 말았다.
내 모든 결정의 순간들은 항상 너무 늦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