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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낭패다 낭패로다!

  어쩌나 어쩔거나!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진퇴양난(進退兩難), 장량(張良)아 복룡(伏龍) 봉추(鳳雛)야, 계책을 알려다오. 비비님 앞에 서니 나는 왜 작아질꼬. 역발산기개새(力拔山氣蓋世)던 항우(項羽)도 못 당하고 여포(呂布) 관우(關羽) 장익덕(張益德)도 당할 재간 없다하니, 오냐 묵어라, 비우 상하나따나 앵꼽아도 할 수 없다. 내가 니 고조할애빈데 그래도 묵을라쿠모 퍼뜩 쳐묵고 사라져라.

 

  아이쿠! 고조할배요?

  그리는 못 합니더!

 

  탐관오리 악덕 양반 징치하러 왔다지만

  동몽선습(童蒙先習) 읽은 터에 장유유서(長幼有序) 모를 리가

  아무리 헛헛증 심하기로 할애비를 어찌할까

 

  살았다 살았구나!

  내가 바로 제갈공명

  조상님 은덕인가 부처님이 도왔는가

  얼씨구 굿거리장단 한 판 춤을 놀아보자

 

 

 

 

<해설>

 

오광대놀이에서 양반을 겁박하는 최고의 등장인물은 비비임은 앞에서 누누이 말하였다. 이리해도 저리해도 도저히 당하지 못하는 상대인데 참 답이 없다. 양반체면에 계속 마당을 끌려다닐 수도 없고, 참 난감하게 되었다. 그 장면을 사설시조로 녹여 보았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진퇴양난(進退兩難), 장량(張良)아 복룡(伏龍) 봉추(鳳雛)야, 계책을 알려다오. 비비님 앞에 서니 나는 왜 작아질꼬.” 그렇다. 중국 역사 속, 계책으로 둘째가면 서러운 책사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량도 제갈량도 방통도 여기선 용빼는 재주 없어 보인다. 어디 그 뿐인가. 힘으로는 태산도 뽑을 수 있다는 항우도 그렇고, 여포나 관운장도, 장비도 당할 재간이 없다.

 

그러니 슬쩍 이런 구라를 쳐보는 것이다. “내가 니 고조할애빈데 그래도 묵을라쿠모 퍼뜩 쳐묵고 사라져라.” 아아,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말이 통한다. 아무리 비비라 해도 어찌 고조할아버지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참 허접한 반전이다.

 

“아이쿠! 고조할배요? / 그리는 못 합니더!” 그 우악시리 겁박하던 비비가 갑자기 말투부터 달라졌다. 과연 동방예의지국이로다. 이로써 비비에게서 비로소 놓여난다. 잔꾀가 통했으니 양반 나으리가 제갈공명인 듯 으스대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