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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윤석열 정부의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7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들이 지구촌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업 내에서 쓰는 전력을 모두(100%)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협약이다. RE100은 영국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인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이 공동 주관하여 2014년부터 시작한 일종의 사회운동인데, 명목상으로는 구속력이 없다. 또한 이 운동은 연간 100 G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중소기업은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구촌 기업인 구글, 애플, GM, 이케아, 마이크로소프트, BMW 등 모두 370개의 기업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어서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7월 기준으로 SK계열사, 현대차 계열사 등 21개 기업이 RE100 협약에 가입하였다.

 

RE100을 달성하려면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 모두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조달해야 한다. 기업에서는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서 쓰면 된다. 기업으로서는 RE100 협약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이 부품 등을 공급받는 협력회사에 RE100을 다시 요구하는 등 사실상 참여가 강제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애플 회사는 이 운동에 매우 적극적이다. 애플은 이미 회사 내에서는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여 생산 활동을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애플은 조달하는 부품 생산과 서비스 제공에 이르는 전 사업 활동에서 203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2020년에 선언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23곳에 이른다. 조만간 RE100 달성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애플에 납품할 수가 없다.

 

한국개발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1년에 펴낸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이 RE100 협약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동차(-15%), 반도체(-31%), 디스플레이(-40%) 부문에서 수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RE100 운동이 지구촌 전체로 확산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확보는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서 특히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총발전량(43.09TWh)의 2/5에 해당하는 18.41 TWh의 전기를 쓰고 있다. 2위인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반절 정도인 9.21 TWh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이미 2020년에 미국과 유럽, 중국의 나라 밖 공장에서는 RE100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내 공장에서는 RE100 달성율이 2.7% (2021년 기준 500GWh)에 불과하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구촌 기업들과 여러 가지 부품을 주고받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RE100 협약 가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흐름을 거역할 수 없음을 깨닫고 2022년 9월 15일 ‘신환경 경영 전략’을 발표하면서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소비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RE100 협약 가입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쪽은 탄소중립계획을 발표하면서 “핵심 반도체 사업장이 자리잡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라며 RE100 협약 가입이 늦어진 이유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0월 확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3.9%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2%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발전 비중 목표를 뒤집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22년 8월 30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새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기존의 30.2%에서 21.5%로 낮추고, 원전 발전 비중을 23.9%에서 32.8%로 높인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의 국책사업 비리 조사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무조정실에서는 ‘정부합동 부패 예방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국의 226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태양광 사업 비리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국무조정실에서는 지방자치단체 12곳에 대해서 표본 조사를 해 보니 위법 건수가 2,200건, 부당하게 지급된 금액이 2,600억 원을 넘는다고 지난 9월 14일 발표하였다. 이 뉴스는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 되었다. 많은 국민은 태양광 사업이 잘못되었다고 믿게 되었다.

 

 

국책사업 비리 조사에 대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이성호 전 수석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라며 “일련의 위법 사례만을 갖고 사업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꾀해야 한다”라고 평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다"라며 "RE100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많아지지만 정작 국내에서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지 못한다면 이미 각종 세제지원, 보조금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 중인 외국으로 제조 기반이 옮겨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하였다.

 

원전 목표치는 늘리고, 재생에너지 목표치는 감소시키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필자가 볼 때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수정된 발전 비중 목표가 발표되자 RE100을 선언한 기업들은 당황하였다. 국내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가 필수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대신 오히려 줄이겠다니 (태양광 사업 비리 때문에?) 기업들 처지에서는 RE100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새 정부에서 늘리려는 원전은 RE100 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RE100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22년 2월 대선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처음 들은 말이라는 듯이 “RE100이 뭐냐”고 되물은 바 있다. 평생 검사로 일한 분이 만물박사처럼 모든 분야를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세상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된 대응책을 조언할 줄 아는 유능한 참모가 곁에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전 정부의 올바른 방향의 정책을 뒤집고 거꾸로 가려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