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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외국인에게 건네는 우리문화 길라잡이

《Soul in Seoul (외국인에게 선물하는 서울의 멋)》, 최준식, 동아시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Soul in Seoul》

제목부터 절묘한 운율을 선보이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서울의 멋을 외국인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한국학자로 이름난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가 국문을 쓰고, 고려대 국제학부 김은기 교수가 영문 감수를 맡아 멋이 흠뻑 담긴 서울의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최준식 교수는 머리말에서 여기서 다룬 내용은 아마 한국인도 잘 모르는 내용이 많을 거라며, 너무 일상적으로 접해서 굳이 의문을 던져보지 않았던 우리 건축문화나 음식문화를 다시금 톺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래서 이 책은 외국인들이 읽어도 좋지만, 한국인들에게 우리문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다.

 

책에서 다루는 공간은 크게 경복궁, 북촌, 인사동이다. 지은이는 마치 한 무리의 여행객을 이끄는 듯 친근하게 독자를 인도한다. 경복궁 앞마당에서 풍수론을 듣고,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또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p.20-21)

너무 밖에서 시간을 많이 쓴 느낌이다. 아직 궁 안에는 한 걸음도 들어가지 못했다. 갈 길이 머니 어서 들어가자. 표를 받는 곳은 경복궁의 두 번째 문인 흥례문이다. 이 문이 있는 자리는 원래 일제가 식민지 정부청사를 지었던 곳이다. 한국인들은 문화적인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는 의도 아래 1990년대 중반에 그 식민지 청사를 부수고 원래 있었던 이 문을 복원했다.

 

경복궁, ‘자연을 닮은 부드러운 위엄과 지혜로 나라를 통치한 조선 왕실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이 궁은 자연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멋이 일품이다. 비단 경복궁뿐만이 아니라, 조선의 궁궐은 자연을 거스르거나 튀지 않게끔 지어졌다. 그런데 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보려 한 사람은 알겠지만, 자연스러우면서 멋스럽기가 정말 어렵다. 오히려 대놓고 꾸미는 게 쉽다.

 

지은이는 청와대 위치가 경복궁의 위치에 견줘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한다. 청와대 건물을 뒷산인 북악산의 한가운데 오게 지어서 건물이 산을 으르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는 ‘조선사람 같으면 절대로 그렇지 짓지 않는다’라며, 산과 조금 빗더서서 지은 근정전을 이야기한다. 그런 게 자연을 대하는 겸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청와대의 기와 색깔 또한 뒷산의 나무 색깔과 어울리지 않고, 용마루 선이 지나치게 하얘서 튄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북악산의 한가운데 오는 청와대 위치가 조금은 거북하고, 살짝 옆으로 비켜난 경복궁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지은이의 발길은 자연스레 북촌으로 이어진다. 경복궁 옆쪽으로 빠져나오면 머지않아 북촌이기 때문이다. 북촌에서는 대한민국 제2대 대통령이었던 윤보선 대통령 가옥이 인상적이다. 살림집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공개하지 않지만, 북촌 일대에서 규모나 보존상태, 품위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집들을 압도한다. 1870년에 지은 것이니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고택 특유의 멋이 견줄 데 없이 깊다.

 

인사동에서는 운현궁 맞은편에 있는 천도교 중앙대교당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곳은 1920년대 초 천도교가 주축이 되어서 세계 처음 어린이를 위한 인권선언을 하고 어린이날을 제정한 곳이다. 1921년 세워진 이 건물은 당시에는 서울역과 명동성당에 이어 가장 명물로 꼽혔고, 지붕의 첨탑만 바로크 양식이고 전체적으로 어떤 양식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은이의 안내를 따라 여기저기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책장을 덮을 차례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북촌, 인사동을 다니다 보면 해가 서산에 기울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이런 것도 있었다니’ 하고 신기하게 여길 부분이 많다.

 

번역이 매끄럽고 디자인도 자연스러워 외국인이 가볍게 읽기에도 좋지만, 좀 더 외국의 문화와 견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려주는 부분이 많았다면 좋았을 듯하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는 자국 문화에 비추어볼 때 더욱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복궁과 북촌, 인사동이 볼거리가 많긴 하지만 좀 더 범위를 넓혀보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런데도 이 책은 몇 안 되는, 우리말과 영어가 병기된 우리문화 길라잡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주변에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일단 이 책을 들고 경복궁부터 가보라며 손에 들려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