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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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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와 박제가, 서로를 알아봐 준 벗

《운명아, 덤벼라!》, 강민경 글, 한국고전번역원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운명이 때로 가혹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좋은 벗이 해주는 위로는 천군만마보다 더 힘이 날 때가 있다. 이덕무와 박제가도 그랬다. 서얼로 태어나 가진 재주를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울분을 삼켜야 했던 그들은, 서로가 가진 슬픔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상대의 귀한 재능을 알아봐 주고 독려해 주며, 어려운 세상을 함께 헤쳐 나갔다. 강민경이 쓴 이 책, 《운명아, 덤벼라!》는 신분이 주는 한계에 힘없이 굴복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한 이덕무와 박제가의 우정을 담았다.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덤벼라!’는 자세로 맞서 분투할 때, 견고할 것 같던 운명도 슬쩍 길을 비켜주었다. 두 사람은 외적으로는 매우 달랐다. 우선 이덕무는 박제가보다 아홉 살이 많았다. 이덕무는 큰 키에 마른 편이고, 박제가는 키가 작고 다부졌다. 이덕무는 유순한 성격이었고, 박제가는 거침없는 성격이었다. (p.28) 내 삶에 대해 감히 누가 이러쿵저러쿵할 수 있단 말입니까? 태어나기 전부터 삶이 정해져 있다고요? 내 힘으로 삶을 어찌할 수 없다고요? 운명이 나를 들었다 놨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나라고 그깟 운명

‘자선당’ 주춧돌,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다

《돌아온 자선당 주춧돌》, 우리아 글, 박나래 그림, 크레용하우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자선당! ‘착한 성품을 기른다’라는 뜻의 자선당은 세종이 큰아들인 세자 ‘향’에게 선물한 세자궁이었다. 경복궁 동쪽에 있어 ‘동궁’으로 불렸던 이곳에서 문종은 자랐다. 그러나 자선당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궁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며 궁궐이 불탔고, 이때 자선당 또한 주춧돌과 기단석만 남은 채 모조리 불타버린 까닭이다. 우리아가 쓴 이 책, 《돌아온 자선당 주춧돌》은 세종이 세자를 위해 지은 ‘자선당’에 쓰였던 주춧돌이, 임진왜란 때 화재에 불타고 고종 때 다시 지어졌다가 일제강점기 때 강제로 일본에 실려 가는 수모를 당하는 신산한 세월을 겪은 끝에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자선당이 다시 지어진 것은 수백 년이 지나 흥선대원군 때가 되어서였다. 자선당이 완공되며 고종의 아들인 순종이 자선당에서 지냈다. 그러나 그 시기도 잠시, 결국 순종은 일본의 위협에 자선당을 지키지 못하고 창덕궁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p.35)자선당 터로 흥선대원군이 신하들과 함께 들어왔습니다. “자선당과 비현각을 지어라. 세자궁은 조선의 미래이다. 주변의 강한 나라들이 조선을 넘보려고 하지만 내가 있는 한

아빠가 읽어주는 옛 그림 이야기

《옛 그림 읽어주는 아빠》, 장세현, 학고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옛 그림. ‘옛 그림’이라는 말을 들으면 약간은 어렵고,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고, 혼자서는 그다지 찾아보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옛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보통은 친절한 안내가 없으면 옛 그림은 다소 어려운 분야다. 이 책, 《옛 그림 읽어주는 아빠》의 지은이 장세현은 옛 그림을 ‘읽는다’. 보통 그림은 본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옛 그림은 보는 그림이자 읽는 그림인 까닭이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쉽게 말해 상형문자를 읽듯, 그림을 글자처럼 읽는 것이다. 또 하나, 옛사람들에게 그림은 단지 그림이 아니라 마음을 갈고 닦는 하나의 수양 방법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먹을 갈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붓질하며 마음을 괴롭히는 헛된 생각과 욕심을 다스렸다. 이런 마음 수양 그림의 대표적인 분야가 ‘사군자’다. 선비의 기개를 뜻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는 선비들에게 두루 사랑받았지만, 그 가운데 으뜸은 대나무였다. 그림을 그리던 관청인 도화서 화원을 뽑는 시험에서도 대나무 그림을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대나무를 운치 있고 격조 있게 그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대나무 그림에 바위가 더해

슬슬 거니는 한국의 아름다운 산책길

《슬슬 거닐다》, 글 박여진, 사진 백홍기, 마음의숲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슬슬 거닐다》 ‘숨어있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산책길 34곳’이라는 부제처럼, 아름다운 산책길을 걷고 싶을 때 보기 좋은 책이다. 어디론가 바쁘게 가야 하는 일상, 그 일상을 내려놓고 ‘슬슬 거닐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이 책 《슬슬 거닐다》은 번역가이자 작가인 지은이 박여진이 월간지 기자이자 사진가인 백홍기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곳을 두루두루 찾아다닌 기록이다. 이들의 발걸음이 아니었다면 쉬이 몰랐을 주옥같은 명소들이 유려한 문체로 소개되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문경 고모산성이다. 산성을 걸어본 이라면 한편으로는 그 촘촘한 짜임새에, 한편으로는 이제 부질없어져 버린 산성의 튼튼한 기능에 알 수 없는 감회를 느꼈을 법하다. 지은이 또한 그랬다. (p.225) 성곽길에는 특유의 결연함이 있다. 촘촘히 올라간 돌 마디마다 조금의 허술함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고집스러운 견고함이 느껴진다. 높은 곳에서 강이나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위엄도 근사하다. 다만 활과 포를 쏴 필사적으로 막아야 할 적이 없는 이 시대의 나른함과 성곽의 결연함이 잘 어울리지 않을 뿐이다. ‘비장할 필요가 없어진’ 고모산성은 이제 슬슬 거닐기 좋은 산책로가 되

옛 무덤에서 발견하는 우리 역사 이야기

《옛무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청동말굽, 조선북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26) 나는 몇 달을 더 못 살겠다. 그러나 동지들은 서러워 말라 내가 죽어도 사상은 죽지 않을 것이며 열매를 맺는 날이 올 것이다 형들은 자중자애하여 출옥한 후 조국의 자주독립과 조국의 영예를 위해서 지금 가진 그 의지 그 심경으로 매진하기를 바란다 평생 죄스럽고 한 되는 것은 노모에 대한 불효가 막심하다는 것이 잊히지 않을 뿐이다 조국의 자주독립이 오거든 나의 유골을 동지들의 손으로 가져다가 해방된 조국 땅 어디라도 좋으니 묻어주고 무궁화꽃 한 송이를 무덤 위에 놓아주기 바란다 백정기 열사의 무덤 비문에 적힌 이 시는, 그가 숨을 거두기 전 동지들에게 남긴 말이다. ‘옛 무덤’이라고 하면 흔히 망자가 묻혀 있는 정적인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무덤 하나하나마다 이처럼 심금을 울리는 사연이 배어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고 했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청동말굽이 쓴 책, 《옛 무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 특별하다. 책에 소개된 옛 무덤들은 그 자체로 죽은 이를 대변한다. 몇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책은 크게 ‘나라를 세운 왕들의 무덤’, ‘위기 앞에서 용기를 보여

서귀포, 아름답고도 슬픈 추억

《서귀포를 아시나요》, 서명숙, 마음의숲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10) 먼 길을 걷고 돌아와 천천히 매일 서귀포를 걷는다. 길을 내고 걷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길을 걸으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길 위의 모래 한 알, 길섶에 사는 풀잎처럼, 풀꽃처럼 소소한 그 길이 소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존재의 이유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제주 ‘올레길’. 전국에 올레 열풍을 불러온 ‘제주올레’의 창시자 서명숙이 지은 이 책, 《서귀포를 아시나요》는 서귀포에서 나고 자란 그녀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다. ‘올레’는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좁은 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으로, 그녀가 구석구석 길을 닦고 빛을 내기 시작하며 전 세계에 알려졌다. 늘 거기에 있었던 ‘올레’, 그러나 그것을 발견한 것은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이었다. 그녀는 어릴 때 무심히 보던 현무암조차 수십 년이 흐르고 보니 너무나 멋진 ‘신의 붓질’로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현무암의 빛깔이 비할 데 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나 역시 이러한 경탄에 깊이 공감했다. (p.37) 제주에 살면 살수록 제주의 풍경을 완성하는 마지막 신의 붓질을 현무암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검은 현무암은 제주에 피고 지는 그 모든 꽃과 나무와 덩굴 식물들

임진왜란을 극복한 두 영웅, 이순신과 류성룡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이규희, 토토북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73-74) 지금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싸운다면 능히 대적할 방법이 있습니다. 비록 우리의 배가 수는 적지만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은 감히 우리를 얕보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 든든한 장계를 쓴 주인공은 잘 알려진 것처럼, 성웅 이순신이다. 그는 존폐 위기에 선 조선의 수군과 마지막 남은 12척의 배로 조선 바다를 지켜냈다. 역사에 길이 빛나는 명량대첩은 나를 알고, 적을 알고, 때를 알았던 이순신의 승부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공로의 이면에 조선의 명재상, 류성룡의 빛나는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은 뜻밖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규희가 쓴 이 책,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는 무척 소중하다. 책의 부제인 ‘이순신과 류성룡의 임진왜란 이야기’가 보여주듯, 이 책은 이순신을 있게 한 ‘동네 형’ 류성룡의 역할도 비중 있게 다뤘다. 류성룡과 이순신은 어린 시절 남산 아래 건청동에서 함께 뛰어놀며 자란 사이였다. 건청동은 오늘날 이순신 장군의 시호 ‘충무’를 써서 ‘충무로’라 불리는 지역이다. 류성룡은 이순신에게 동네 형이자 인생 지도자였다. 이순신은 나이는 류성룡보다

최치원, 고전소설로 부활하다

《중국을 놀라게 한 신라의 아이- 최치원전》, 임어진, 마음이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최치원! 신라를 다룬 사극이나 위인전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고운 최치원, 그는 당대를 주름잡은 천재이자 「토황소격문」이라는 글을 지어 난을 일으킨 ‘황소’를 의자에서 굴러떨어지게 했다는, 전설의 문장가다. 그러나 동시에 ‘6두품’이라는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원대한 뜻을 온전히 펼쳐보지 못한, 비운의 천재이기도 하다. 이런 불운한 인생사에 대한 후대 사람들의 안타까움이 반영된 것일까. 그는 조선에서 《최치원전》이라는 고전소설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이 책은 작가 미상의 《최치원전》을 어린이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재밌게 풀어 쓴 책이다. 물론 여기 나오는 최치원의 삶은 영웅적 설화에 가까우며 실제 삶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열두 살에 중국 당나라로 가서 글로 이름을 떨치고, 황소의 난 때 「토황소격문」을 지어 상대를 놀라게 하고, 신라로 돌아온 뒤 식솔과 함께 가야산에 들어갔다는 내용은 상당히 비슷하다. 소설의 주요 내용은 태어날 때부터 ‘금돼지의 아이’라는 의심을 받아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최치원이, 학문을 관장하는 별 ‘문창성’의 현신으로 추앙받으며 문명을 떨치고, 그 이름이 중국에까지 전해져 이를 시험하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