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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위기관리, 조선은 어떻게 했는가

《조선의 위기대응노트》 김준태, 민음사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항상 경영자들이 경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위기! 기업마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고, 국가에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 체계적으로 대응하고자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등 위기관리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평소 위기관리를 빈틈없이 해야 실제 위기가 왔을 때 실기(失期)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조선에도 이런 위기관리 비법이 있었을까. 물론이다. 군주의 역량에 따라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은 끊임없는 기록과 관리를 통해 위기에 대비했다. 비록 시간이 흐르며 대응체계가 형편없이 무너져 종국에는 나라를 잃었지만, 조선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주 체계적으로 대응한 사례가 많다.

 

이 책, 《조선의 위기대응노트》는 마치 기출문제를 풀 듯, 그러한 위기대응 사례를 한 건 한 건 살펴보며 오늘날에도 참고할 만한 좋은 통찰력을 얻는 책이다. 역사와 경영의 만남, 꼭 필요하면서도 어려운 이 과제를 지은이는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훌륭히 해내고 있다.

 

 

책은 모두 20개 사례로 구성했다. 위기라고 해서 꼭 전쟁이나 재난 같은 급박한 상황만 다루지 않고, 사전의 정의처럼 ‘안정을 흔드는 급격한 변화, 또는 결정적으로 중대한 순간’까지 모두 위기로 보았다. 국가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의사결정의 순간에서 당시 국정운영 주요 책임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또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부 ‘성패를 가르다’에서는 병자호란, 세종의 재난대응, 위훈삭제 등 주요 재난과 치열한 정쟁이 포함되었고, 2부 ‘시스템을 갖추다’에서는 세종의 공법개혁, 영조의 균역법 제정, 정조의 신해통공 등 주요 제도개혁 사례를 담았다. 3부 ‘사람을 경영하다’에서는 세종의 인재경영, 숙종의 환국정치, 영조와 정조의 탕평정치 등 인사와 관련된 주요 국정운영을 분석했다.

 

각 사례의 길이가 길지 않아 다소 깊이가 부족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사례의 핵심과 주요 시사점을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없다. 일례로 광해군 재위 당시, 과거에 응시한 임숙영이라는 선비가 책문(시험 문제)에 대한 대책(답안)으로 책문과 관계없는 정권 비판을 올리자 조정 전체가 술렁였다.

 

정권에 날선 비판을 가하는 ‘쓴소리 대책’을 올린 임숙영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험 총책임자였던 우의정 심희수는 그를 탈락시키지 않고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렸다. 심지어 장원으로 뽑지 못해 아쉬워했다고 하니, 광해군 정권은 의외로 자정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광해군은 이런 답안에 진노했고, 합격취소인 삭과(削科)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가 임숙영이 답안으로 쓴 위기관리의식을 제대로 실천했다면 반정으로 폐위당하는 최후를 맞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고신호를 감지하지 못하고 위기의식에 둔감했던 광해군의 말로는 비참했다.

 

(p.64)

전하께서는 나라가 편안하더라도 근심스러운 듯 대하고 나라가 형통하더라도 운수가 막힌 듯이 대하십시오. 나라의 살림살이가 풍족하더라도 곤궁한 듯 대하시고 성대하더라도 금방 쇠퇴할 듯이 대하십시오. 그리하여 근심해야 할 것은 근심하고 힘써야 할 것은 힘쓰셔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이런 ‘위기대응 과정 복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역시 조선이 ‘기록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와 같은 국가 공식 기록뿐만 아니라 개인의 문집도 많이 남아 있어 사건의 입체적인 복원이 가능했다.

 

책에 실린 주요 사례를 하나하나 읽다 보면, 위기가 닥치기 전부터 항상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어야 실제 위기가 왔을 때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역사는 이런 위기대응 사례를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례연구’ 자료다.

 

임숙영의 답안에서 오늘날 주요 기업 총수들이 늘 주문하는 위기의식이 묘하게 겹친다면, 또 ‘편안하더라도 근심스러운 듯 대하고, 형통하더라도 운수가 막힌 듯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