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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ㆍ모음 20개면 어떤 소리도 표기할 수 있어

모음의 기본은 천지인, 그 가운데 하늘을 뜻하는 ‘하늘 아’
[공학박사의 한글 이야기 24]

[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모음의 기본은 천지인

모음(홀소리)의 기본은 천지인(天地人) 곧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입니다. 하늘은 둥근데 이것을 글자로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작게 하여 둥근 점으로 보입니다. 이 점을 흔히 ‘아래 아’ 라 부르지만, 최근에는 ‘하늘 아’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늘‘아’라 하지만 참 발음은 ‘아’가 아닙니다.

 

‘하늘 아’의 참 발음

‘하늘 아’의 참 발음은 무엇일까요? 하늘 아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로써 갓난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에 내는 소리로 세종대왕은 이 소리를 모든 모음의 기본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요사이 이 발음을 쓰지 않아 잘 모르고 삽니다. 입에 힘을 하나도 주지 말고 조금 벌린 채 ‘어’하고 발음해 보십시오. 그것은 ‘아’도 아니고 ‘어’도 아니고 ‘오’도 아니죠. 미국 사람들이 사람에 따라 Coffee를 ‘코ᅋᅵ’라고 하는지, ‘카ᅋᅵ’라고 하는지, ‘커ᅋᅵ’라고 하는지 구별하기 어려운데 이 모음이 바로 ‘하늘 아’ 발음입니다.

 

다른 천지인의 발음과 글자

천지인의 ‘지(地)’는 땅입니다. 입으로 땅 모양을 그린다 생각하며 옆으로 길게 벌리며 소리를 내면 ‘으으’ 소리가 납니다. 글자는 ‘ㅡ’ 이구요. 이번에는 ‘으’모양이 된 입에서 서 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아래위로 좀 벌리고 혀를 조금 잡아당기며 소리를 내 봅니다. ‘이이’ 소리가 날 것입니다. ‘이이’ 소리가 아닌 것 같으면 의도적으로 ‘이이’ 소리를 내며 입 모양을 느껴 보십시오. 이것이 천지인의 ‘인(人)’에 해당하는 소리입니다. 글자의 모양은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ㅣ’로 표기합니다.

 

아, 어, 오, 우 소리를 내는 모음글자들

‘아’와 ‘어’는 ‘이이’소리를 내는 입모양을 유지한 채 ‘하늘 아’소리를 내면 납니다. ‘하늘 아’ 소리를 어떻게 내냐에 따라 ‘아’와 ‘어’ 소리가 나옵니다. ‘아’ 소리는 밝은 소리이고 ‘어’ 소리는 어두운 소리라 합니다. 글자 모양으로 보면 ‘아’ 소리는 ‘인’의 오른쪽에 ‘하늘 아(점)’가 있고 ‘어’ 소리는 왼쪽에 점이 있어 ㅏ와 ㅓ가 됩니다.

 

 

‘오’와 ‘우’소리는 ‘으’소리가 나는 입모양을 유지한 채 ‘하늘 아’를 발음하는 것입니다. ‘오’는 밝은 소리로 땅 위에서 나오므로 점이 ‘ㅡ’ 위에 있어 ‘ㅗ’가 되고 ‘우’는 어두운 소리로 땅 밑에서 나온다고 하여 점을 아래에 두어 ‘ㅜ’ 가 됩니다.

 

 

모음이 발음되는 입의 구조는 자음처럼 확실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설명으로 이해시키기보다는 그 발음을 해 보고 소리 나는 입의 구조와 글자 모양을 연관시키며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현악기의 음정을 조율하는 것처럼 소리를 들어가며 입의 모양을 확인해 본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와 ‘어’, ‘오’와 ‘우’는 소리가 비슷하여 글자 모양도 비슷합니다. 영어에서는 ‘아’와 ‘어’ 두 발음을 우리처럼 확실하게 구별하지 못하며 ‘어’ 발음은 표기하지도 못합니다. Come here를 우리는 ‘컴 히어’라고 발음하지만 그네들은 ‘캄 히어’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오‘와 ’우‘도 우리말처럼 확실하게 구별하고 또 글자로 표현하는 언어는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어는 구별을 거의 못 합니다. 그래서 중국(中國)을 ’쭝구어‘라고 하는지 ’쫑구어‘라고 하는지 구별할 수 없습니다.

 

기본 모음은 10개

이렇게 ’하늘 아‘와 ’이, 아, 어, 으, 오, 우‘ 일곱 개의 기본 모음을 배웠습니다. 이 밖에 ‘애, 에, 외’의 3개가 더 있어 기본 모음은 모두 10개가 됩니다. 앞서 기본 자음도 10개임을 보았는데 모음도 10개라는 것은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 특별합니다. 이들 기본자모 20개를 합자하면 어떤 발음도 합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와’를 천천히 발음해 보십시오. ‘오아’임을 알 것입니다. 글자도 ‘ㅗ’와 ‘ㅏ’가 합쳐진 ‘ㅘ’입니다. ‘예’나 ‘왜’, ‘웨’는 어떨까요? 이렇게 두 개의 모음이 합쳐서 이루어지는 모음을 복모음이라 합니다. 이에 견줘 기본 모음인 ‘ㅐ’, ‘ㅔ’, ‘ㅚ’ 는 모양이 복모음과 비슷하지만 음가를 이상 분해하지 못하는 단모음들입니다.

 

기본자모 20자로 어떤 발음이라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한글20’은 이렇게 기본자모 20개만 쓰는 문자체계라는 것은 이미 말했습니다.

 

발음을 정확히 하는 습성을 기릅시다

모음의 글자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음을 정확히 배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언어학자들 가운데는 발음을 쉽게 쉽게 하도록 허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의‘ 발음을 내기 어려우니 ’에‘로 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우리에 소원은 통일‘로 가르칩니다. 발음이 제대로 안 되면 제대로 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일 텐데 안되면 그대로 편하게 하라고 가르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자음접변은 바람직한 규칙인가?

이렇게 글자대로 발음하기 어려우면 쉽게 발음하라고 권장하는 것을 넘어 아예 문법에 못을 박아 놓기까지 했습니다. 예를 들어 자음접변이라 하여 ’신라‘는 ’실라‘로 발음하여야만 합니다. 이는 결단코 옳은 교육방법이 아닙니다. 제대로 발음을 못 해도 용납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제대로 발음하도록 가르쳐야 하리라 봅니다. ’신라‘를 ’실라‘라고 발음하라고 하면 ’신라면‘은 ’실라면’이 되어야 하고 Henry는 ‘헬리’로 불러야 할 것 아닙니까?

 

미국사람은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일수록 발음을 뚜렷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앞뒤 발음을 연속해 얼버무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게 발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아마 초등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의 자음접변은 미국식으로 생각하면 얼버무리는 형태라 하겠습니다. ‘신라’는 ‘신라’로 발음하도록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