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신부용 전 KAIST 교수]
‘한글20’의 탄생
‘공학박사의 한글이야기’는 지금까지 훈민정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경위와 어떻게 한글로 변신하였는지를 살펴보고 천신만고 끝에 태어난 한글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실현 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를 돌아봤습니다.
1890년대 말 나라의 운명이 다해갈 때 한힌샘 주시경 선생은 나라는 망해도 우리 말과 글을 살려서 겨레의 혼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로 당시 쓰이고 있던 언문을 정리하여 한글이라 이름 붙이고 이를 널리 가르쳤습니다. 당연히 훈민정음을 모태로 하였지만 빨리 보급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 우리말을 표기하기에 필요한 24글자만을 추려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만들었기 때문에 훈민정음처럼 세상 모든 소리를 표기하려는 야심은 부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일본이 망하여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빠르게 발전하여 이제 10대 강국의 반열에 올라 세계평화와 경제발전을 이끌어 가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욱 큰 발전을 위하여 그리고 당면한 국제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한글이 비단 우리말 표기에 만족하지 말고 세종대왕이 생각했던 것처럼 세계 어떤 나라의 말이라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f’를 ‘ㅍ’으로 표기하라는 등의 구시대적 규정으로 이루어진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범용 ‘외국어 표기법’을 채택하자는 것이 글쓴이의 주장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말 표기를 위해 현행 한글은 그대로 유지하되 외국어는 ‘한글20’으로 표기하자는 것입니다.
‘한글20’은 어떤 글자 체제인가?
‘한글20’은 한글 자모 가운데 기본적인 음소를 나타내는 20개 자모만을 추려서 쓰고 나머지 발음은 이들 20글자를 제약 없이 합자하여 표현하자는 제안입니다. 기존 한글의 14개 닿소리(자음) 가운데 ㅊ, ㅋ, ㅌ, ㅍ은 이미 합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뺀 10개의 닿소리만을 쓰자는 것이며 홀소리(모음) 10개 가운데 ㅑ, ㅕ, ㅛ, ㅠ 역시 합자로 보아 빼고 대신에 ㅐ, ㅔ, , ㆍ등 4개의 단모음을 포함해 역시 10개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ㆍ(하늘 아)는 통상 ‘아래 아’로 부르고 있지만 훈민정음 천지인의 ‘천’이므로 ‘하늘 아’로 부르자는 주장이 있어 글쓴이가 채용한 것입니다.
아래에 보인 것은 이렇게 선택된 ‘한글20’의 자모를 표로 정리한 것이며 ‘한글20’과 한글, 그리고 훈민정음의 자모를 비교하여 그림으로 보였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은 17번째 이야기를 참조하면 됩니다.
‘한글20’의 특징은 무엇인가?
1. 글자의 수가 20개로 단출하고 현재 한글에서 쓰고 있는 글자들이므로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보는 즉시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2. 합자를 통하여 어떤 언어의 발음도 표기할 수 있습니다.
3. 글자와 음가가 1:1로 대응하여 말과 글자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습니다.
4. 닿소리와 홀소리가 각각 10자씩이기 때문에 0~9까지의 숫자로 대치할 수 있어 문서는 물론 소리를 수치로 표현하는 등 여러 가지 응용이 가능합니다. 숫자도 글자 수가 10개이고 합자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5. 10개의 닿소리(자음) 단추와 복합 홀소리(모음) 단추 하나로 된 간단한 입력자판을 만들어 모든 언어를 소리표기로 입력하고 반대로 소리표기를 음성으로 전환해 줄 수 있습니다. 이로써 세계 모든 시각 및 청각 장애인들이 글을 읽고 말을 할 수 있게 합니다.
‘한글20’의 전파
‘한글20’은 우리를 외국어 장애인으로 만드는 외래어 표기법을 없애고 외국어 발음을 제대로 그리고 쉽게 표기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그러나 ‘한글20’의 용도는 지금까지 설명하였듯이 비단 외국어 발음표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말소리를 말의 내용과 무관하게 글자로 표기할 수 있어 마치 녹음기처럼 어떤 언어에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녹음기는 말을 소리로 저장하지만, ‘한글20’은 말을 글자로 저장하는 것이므로 녹음기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녹음기가 없으면 말을 저장할 수가 없는 것처럼 ‘한글20’을 모르면 말을 글자로 저장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선 ‘한글20’을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널리 확산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는 이미 21번째부터 28번째 이야기에 걸쳐 다각적으로 서술하였지만, 다음 이야기에서 이를 단계별로 재정리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