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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이 가을 궁궐 산책 떠나볼까?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김서울, 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가을은 궁궐의 계절이다.

성큼 찾아온 가을 날씨를 만끽하며 궁을 걷다 보면, 문득 이 나무, 저 돌이 궁금해진다. 궁궐 안에 있는 기물 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면, 이미 ‘궁궐 덕후’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김서울이 쓴 책,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의 지은이는 ‘궁궐 덕후’다. 궁궐에 있는 나무 한 그루, 돌 하나까지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아로새긴다. 스스로 ‘박물관을 좋아하는 유물 애호가’라 소개하는 만큼, ‘우리나라 대표 유물’이라 할 만한 궁궐 사랑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지극히 주관적인 궁궐 취향 안내서’는 ‘궁에 스며드는’ 궁궐의 매력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제2장 ‘궁궐의 돌’ 편에서는 궁궐의 돌짐승과 월대, 돌다리 등을 다룬다.

 

제3장 ‘궁궐의 나무’에서는 궁궐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나무들과 꽃을 담았다. 가끔 궁궐에 가면 산림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창덕궁 같은 곳은 숲이 우거져 도시 속 녹취를 느끼고 싶을 때 딱 좋은 곳이다. 제4장 ‘궁궐의 물건’ 편은 왕실 사람들이 궁궐에서 썼던 다양한 물건을 다룬다. ‘왕실 실내장식’은 확실히 달랐다. 블라인드 역할을 하는 발도 무척 컸고, 일상 소품의 색감도 화려했다. 이런 ‘왕실표 디자인’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을 골라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책에 소개된 몇몇 흥미로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선정전에 사용된 청기와의 값이다. 창덕궁을 그린 ‘동궐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선정전의 청기와는 한 장에 초가집 한 채 값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급 재료였다.

 

(p.93)

선정전에 사용된 청기와를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 청색을 내기 위해서는 회회청이라고 하는, 중동에서 수입된 특수 안료를 사용해야 했고 화약과 탄약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비싼 염초도 필요했다. 당시 기록으로는 청기와 한 장이 여덟 냥에 거래되었다고 하는데,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기 위해 근처의 민가를 헐 때 초가집 보상비로 다섯 냥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청기와 한 장이 일반 백성의 집 한 채보다 훨씬 비쌌던 셈이다.

 

흔히 조선왕조는 근검절약을 강조하며 멋을 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궁궐은 사용하는 기물 자체가 왕실의 경제력을 드러내는 만큼 더 색감을 화려하게 쓰고 진귀한 재료를 써서 ‘대놓고 꾸미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봉황문인문보’의 색감은 감탄을 자아낸다.

 

(p.212) 봉황문인문보

린넨(마) 위에 안료와 염료로 직접 문양을 그린 보자기도. 최근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뮤직비디오와 공연에서 이 문양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입어 화제가 되었다. 배경을 핑크빛으로 깔고 꽃과 열매, 칠보 무늬와 목숨 수(壽) 자를 풍성하게 그려 넣었다. 천 뒷면에 안료가 흐릿한 색감으로 배어나와 있는데 그마저도 다른 느낌으로 예쁘다. 조선 왕실은 육색(분홍색), 삼청색(하늘색) 등 파스텔톤의 간색을 왕실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색으로 자주 사용했다.

 

 

지은이의 애정 어린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궁궐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래전 큰 인기를 끌었던 한 드라마의 설정처럼, 지금도 왕실이 존재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궁에서 살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궐에서 살아볼 수는 없어도, 가을 날씨 좋은 때 두어 시간 걷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볼 수 있을 것 같다. ‘K-궁궐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궁궐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가벼운 산책을 떠나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