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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화에 따른 ‘가족과 친족’ 개념과 의미 집대성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사회사전》 ‘가족과 친족 편’ 펴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여덟 번째 주제인 《한국민속사회사전》 ‘가족과 친족’ 편을 펴냈다. 가족과 친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혈연과 혼인 중심의 법적 가족 울타리를 넘어 가족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개념 및 범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사전은 사회변화에 따른 한국 ‘가족과 친족’ 문화의 변화양상과 의미를 488개 표제어를 통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설하였다.

 

 

‘가족과 친족’ 문화 이해를 위한 종합해설서

《한국민속사회사전》은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까지 변해 온 ‘가족과 친족’의 개념과 형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또한 가족의 근간이 되는 혼인체계, 상속제도, 가족법, 가정의례, 설화 등의 자료도 집대성하여 한국 ‘가족과 친족’ 문화의 특징과 의미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정리ㆍ해설하였다. 이와 함께 사진, 도표, 포스터 등 다양한 시각 자료도 제공하여 내용의 이해를 높였다.

 

 

 

가구, 가정, 식구, 식솔 등 가족의 다양한 개념 정리

가족을 뜻하는 용어는 가구, 가정, 식구, 식솔 등이 있으며, 이는 서로 대치할 수 있는 비슷한말로 인식하고 있다. 사전은 이러한 가족의 다양한 개념을 모아 정리하였다. 오늘날 가족은 혈연과 혼인을 기반으로 한 획일적인 정의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가족’과 함께 ‘한 집에서 한솥밥을 나눠 먹는 사람’이라는 뜻의 ‘식구’라는 말도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한다. 식구가 지칭하는 범위는 가족보다 넓어 함께 일하는 사람도 식구라고 부르며 동고동락하는 사람들의 집합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족은 전통사회에서 혈연적 관계를 중시하던 것에서 현대사회에는 사회적 관계로까지 확장된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분거가족, 빈둥지가족, 딩크족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 등장

현재 취업, 학업, 결혼, 이민 등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사전에서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부터 현대사회 새롭게 등장한 신(新)가족 형태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ㆍ해설하였다. ‘분거가족’은 부부와 미혼 자녀가 따로 거주하는 가족 형태를 말하며 기러기가족이 여기에 속한다. 그다음 ‘빈둥지가족’은 자녀들이 떠난 뒤 부부만 거주하는 가족 형태를 말한다. 이런 가족 형태의 등장은 자녀의 이른 출가와 인간 수명 연장으로 노인복지 문제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딩크족(맞벌이 무자녀 가정)’은 자녀 양육과 일의 공존에 대한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 등으로 생긴 가족 형태이다. 다만 딩크족이란 말이 만들어진 미국에서는 부부가 누려야 하는 자유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딩크족의 의미가 사회문화적 환경 차이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교육의 실천은 가정에서부터

전통사회에서는 집안에 대를 거듭하면서 내려온 생활방식과 도덕적 규범을 통해 가문의 위상을 높이고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사전에는 가풍, 가통, 가훈의 개념과 의미와 함께 교훈서 등 가정 교육서도 상세히 수록하였다. 당시 정치적 유배나 거주 관행의 문제로 자녀와 동거하지 못하게 된 가장들은 서신을 통해서도 자녀를 가르쳤다. 정약용이 두 아들에게 평생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을 담아 보낸 《하피첩》이 좋은 사례이다. 또한 송시열은 출가하는 딸을 위해 부녀자로서 지켜야 할 20가지 덕목을 한글로 적은 《계녀서》를 전해주었다. 이처럼 전통사회에서는 부모가 직접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었다.

 

 

 

K-호칭에 주목! ‘누나’, ‘오빠’, ‘언니’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

우리나라는 가족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이기에 친족어 체계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에 따른 친족 관계와 용어에 대한 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가족 구성원 간의 친족용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가계도를 함께 제시해 촌수와 해당 호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나’를 기준으로 해당 관계에 따라 칭호가 다르며, 지역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또한 타인과 정서적 유대감 조성을 위해 친족어를 사용함으로써 가족공동체를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삼촌은 나와 3촌 관계로 아버지의 남자 형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친족과 마을의 웃어른을 통칭하여 삼촌(삼춘)이라고 부른다. 이모 또한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 형성에서 다른 사람을 가리킬 때 쓴다.

 

 

 

2021년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한국어 표제어 26개가 등재되었다. 그 가운데 ‘누나(noona)’, ‘오빠(oppa)’, ‘언니(unni)’도 성별과 나이 차이에 따라 상대방을 부르는 단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K-pop, 드라마, 영화 등에 이 용어가 자주 등장함으로써 혈연관계를 벗어나 공동체적 친밀감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호칭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한국 가족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K-호칭이 사용된다면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매력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데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한국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보를 전달하고 아울러 다국어로 번역ㆍ제공하여 K-Culture의 지속과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민속사회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folkency.nfm.go.kr)ㆍ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www.nfm.go.kr)에 공개하고 있으며 원문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