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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조선 초 으뜸 세계지도 <강리도>는 겨레의 보물

<강리도>엔 남아프리카 가장 긴 강인 오렌지강이 그려졌다
국회의원회관서 ‘지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국제 학술심포지엄 열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1402년(태종 13)에 제작된 우리 겨레의 옛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강리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장 긴 강인 오렌지강이 그려져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실이다. 어제 있었던 ‘지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에서 본 ‘강리도’가 이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6월 24일(월), 국회의원 김형동 의원실과 지도포럼(공동위원장 김현명ㆍ양보경)은 대한지리학회,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한국고지도연구학회,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 충렬공김방경기념사업회와 함께 ‘지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학술심포지엄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었다. ‘지도포럼’은 양보경 전 성신여대 총장과 김현명 전 주이라크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3명의 고문, 정성훈 대한지리학회 회장 등 10명이 위원으로 위촉되어 ‘지도의 날’ 제정을 추진해 왔다.

 

 

이번 학술심포지엄은 국가기념일로 ‘지도의 날’을 지정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우리 지도 역사상 가장 우수한 ‘강리도’의 문화적 유산 값어치를 재조명하고, 지도와 관련된 교육과 연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데 그 뜻을 두었으며, 지리 및 지도와 관련된 학계, 연구기관, 정부기관, 국회의원 등을 포함하여 150여 명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뤘다.

 

이날 김형동 의원은 “‘지도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다면 어지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대한 의미가 될 것이며, 지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하여 입법 활동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한지리학회 정성훈 회장은 “국가 경제의 원천이 되는 지도를 세계 속에 알리는 것이 ‘지도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 이유다.”라며 환영사를 하였다.

 

학술심포지엄에서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지도의 날을 주제로 강연과 발표가 진행되었으며, 특히, 외교관 출신으로 지난 20년 동안 강리도를 연구한 《1402 강리도》 저자인 김선흥 작가가 발표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양보경 성신여자대학교 전 총장은 제1발표 「1402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와 지도의 날」에서 강리도의 진정한 값어치와 해석 등 지도포럼의 활동을 소개하고 ‘지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야 하는 까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어서 《1402 강리도》 저자인 김선흥 작가(주칭다오 전 총영사)는 제2발표 「강리도의 세계관 -강리도 교육 이대로 좋은가-」에서 유라시아 대륙과 아프리카를 포괄하는 당대 으뜸 세계관을 그려낸 가장 우수한 우리의 세계지도를 ‘중화사상’으로 오역하고 왜곡한 국내의 잘못된 평가를 지적하고, <강리도> 교육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특히 김 작가는 발표에서 “<강리도> 세계관의 가장 큰 특징은 지상의 그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지도는 놀랍게도 어떤 지역도 어떤 문명도 어떤 종교도 어떤 언어도 어떤 지명도 배제하지 않는다. 천지에 실오라기만 한 경계선 하나 긋지 않았다. <강리도>는 중화주의도 반중화주의도 아니며 그 어떤 ‘주의’도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혼일주의’일 뿐이다.”라며 <강리도>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또 김영환 ‘강리도지’ 편찬위원장은 제3발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복원본 제작과 그 의의」에서 <강리도>의 기관 소장본을 소개하면서 <강리도> 복원본 제작과 강리도지 발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각 소장본 지명의 오류 비교를 통해 ‘강리도 대한민국본’을 제작하고 있는 과정을 발표하였다.

 

마지막으로 이시형 한국외교협회 부회장은 제4발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외교적 활용」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인 <강리도>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이해를 높이고 인류 공통의 가치 확산에 이바지하는 문화외교의 자원임을 강조하고, <강리도>의 공공외교적 값어치와 활용 방향을 역설하였다. 특히 “그동안 외교가에서는 ‘독도와 동해’에 매몰되어 그것만 틀리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우리에게 <강리도>가 있다는 것을 외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발표가 있은 뒤 토론에서는 박경립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제주대학 오상학 교수 등 지도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지도의 날 국가기념지정일 지정 필요성과 대한민국 미래 전략으로 지도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 일본이 <강리도>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일본과 공동으로 세계유산에 등재시키도록 하는 것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특히 청중석에 있던 광주직할시에서 올라온 김순흥 전 광주대 교수는 “<강리도>를 단지 ‘지도’라는 시각에서 보고 ‘지리학’의 울타리 안에 가둬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선조들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한국화가 최숙의 선생이 <강리도>를 한국화로 그렸는데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강리도>는 지도를 뛰어넘어 우리 겨레의 역사며 문화다. 따라서 <강리도>는 역사학계, 문화계 등 여러 분야에서 다 함께해야만 그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여 큰 손뼉을 받았다.

 

또 한 청중은 “<강리도>는 임진왜란 때 강탈된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일본에만 있는 ‘강리도’ 사본은 돈 들여 사 올 것이 아니라 회수해야만 한다.”라는 주장도 했다.

 

양보경 지도포럼 공동위원장은 학술심포지엄을 마치며 “한국의 지도 제작 전통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지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게 되면, 국제적으로 ‘세계 지도의 날(WORLD MAP DAY)’이 제정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고, 이는 세계와의 역사적, 문화적 소통을 강화하여 대한민국 미래 생존전략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밝히면서 국회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지도의 역사(History of Cartography)》 공동 편집장으로서 아시아편의 표지에 <강리도>를 올렸던 우드워드(David Woodward)는 <강리도>가 ‘탁월한’ 까닭으로 다른 지도들이 따라갈 수 없는 지리적 영역과 정확성을 갖추었고, 고대 그리스ㆍ로마 지도 및 이슬람 지도를 수용하면서도 그 결함과 한계를 타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또 <강리도>가 ‘비상한’ 이유는 동아시아에서 전례가 없는, 초유의 탈중화적 지도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세계 석학이 인정하는 <강리도>, 이제는 우리 겨레의 보물로 생각하고 이를 통해 ‘지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도록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고 청중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