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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이 참혹하게 죽은 구로베가 또 세계문화유산?

일본 구로베댐, 세계문화유산 등재 또 노려

[조선인이 참혹하게 죽어간 구로베가 또 세계문화유산?] 1

[우리문화신문=류리수 기자]  

 

한국정부는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을 명확히 밝힌다는 조건으로 <군함도>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일본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의 뒤통수를 쳐 우리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그러나 일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조선인 노동자가 참혹하게 죽어간 또 다른 곳 구로베(黒部)와 아시오(足尾)광산을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추진중이다. 이에 일본 연구자 류리수 박사는 구로베댐 건설에 강제 동원되어 참혹하게 죽어간 조선인의 실상을 낱낱이 찾아내서 5회에 걸쳐 그 실상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지난 7월 27일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에 조선인을 포함한 전체의 역사를 설명에 넣을 것을 약속받은 뒤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설명하겠다는 곳은 초라한 향토박물관이었고 그나마도 조선인 설명부분에는 ‘한반도 출신자를 포함한 노동자...’라는 제목의 단순한 기록과  달랑 나무 도시락 하나를 전시해 이곳을 찾은 한국인 기자들의 원성을 샀다. 더우기 놀란 것은 일본측이  ‘조선인 강제동원’을 빼기로 우리 정부와 사전협의 했다는 기사가 흘러 나왔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이번 협의의 고무적 성과로 꼽았던 추모제도, 일제 전범을 추앙하는 이쿠이나 아키코(生稲晃子)가 추모 인사도 없이 진행한 세계유산 등재 자축행사로 전락했다.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군함도(하시마)>도 조선인 강제노동 기록을 현장에 남기겠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조선인들에게 차별이 없었다’는 설명만 있을 뿐이었다.

 

이번 10월 국정조사 중에 ‘일본이 구로베(黒部)댐과 아시오(足尾)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는데 관련 부처에서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는 기사를 다시 접했다. 마침 일본에서 가장 큰 구로베댐을 연구하면서 조선인이 참혹하게 죽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 참에, 그 기사를 보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구로베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제안서에는,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구로베댐 공사에 일본인 대신 조선인이 동원되어 극한의 환경에서 일하다 죽어간 잔혹한 역사는 감춘 채로 자랑스럽게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내 땅을 잃고 유랑하다가 이국땅 구로베에서 고통 속에 몸이 산산이 흩어져 형체를 잃고 사라진 우리 선조가 ‘존재했음’을 기록을 통해 기억하고자 다음의 순서로 글을 연재할 예정이다.

 

[조선인이 참혹하게 죽어간 구로베가 또 세계문화유산?] 연재 순서

1.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또 추진 중인 구로베댐

2. 암반온도 200도가 넘는 터널 공사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3. 고열 터널 속 일본인 대신 조선인들의 뼈와 살을 갈아 넣은 공사

4. 다이너마이트와 눈사태로 찢겨 산화된 조선인

5. 조선인 강제노역을 지워나간 일본

 

1.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또 추진 중인 구로베댐

 

도야마현(富山県)은 2007년 <다테야마(立山) 구로베(黒部)~방재(防災) 대국 일본의 모델 – 신앙, 사방(砂防), 발전(發電)>을 세계문화유산 등록 후보로 제안했고, 2008년 <세계문화유산 잠정일람표 후보 문화자산>이 되었다. 이후 해마다 학회를 열고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며 관민이 협력하여 실천해 나가고 있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도야마현(富山県) 다테야마(立山)와 나가노현(長野県) 오마치(大町)사이의 산을 관광하는 루트(90km)로 1971년에 완공했다. '북알프스를 관통하여 도야마와 나가노를 연결하는 산악관광 루트'답게 급경사 철도, 버스, 트롤리버스(무궤도전차), 로프웨이, 도롯코(광차, 鑛車) 전기철도(구로베 협곡 20.1km), 유람선 등을 타며 관광하는 곳이다.

 

도야마현에 1900년대 초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건설된 수력발전소는 81개이고, 현재 구로베 협곡에 남아있는 댐만도 모두 5개다. 그리고 패전 이후에 지어진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구로4댐(구로베 제4발전소1956~1963)은 해발 1,479m, 저수량 2억 톤, 연간 10억kw를 발전한다. 댐 전망대에서 웅장한 방수 모습을 볼 수 있고 구로베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다테야마산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인기 관광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구로베댐(구로4댐)이 가능하도록 그 이전에 지어진 구로3댐(1936년~1940)이다. 구로3댐은 생명체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고열터널의 최전선에 조선인들이 들어가서 살과 뼈를 갈아 넣어 만든 곳인데 그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일본이 지워나갔던 곳이다. 그런 곳을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려는 것은 또 다른 ‘역사전쟁’의 시작이라고 보아야한다. 학계에서는 세계유산 등재가 동아시아의 ‘역사전쟁’으로 비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황선익,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등재상 쟁점과 과제」, 《한일관계사연구》 제83집, 2024. Vol.no,83, 통권83호, 386쪽)

 

현 윤석열 대통령은 ‘100년 전의 일로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강제동원된 우리 조상들의 처참한 희생으로 이루어진 곳을 일본이 ‘강제동원’은 가린 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것은, 100년 전 과거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치러야 하는 현재의 전쟁상황이다.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구실로 ‘물컵의 반을 우리가 먼저 채우면 나머지 반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는 우리의 순진한 외교 자세는 번번이 외교 참사를 낳고 있다. 이는 고통 속에 몸이 부서져 죽어간 조상들을 지금 다시 욕보이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2. 암반온도 200도가 넘는 터널 공사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으로 연재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