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한가위는 잘 쇠셨습니까? 환한 보름달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여러 날 쉬시면서 힘을 채우셨으리라 믿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토박이말은 하늘과 땅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붙들어 한데 담은 ‘꽃구름’입니다. 이 말은 두 가지의 눈부신 바람빛(풍경)을 우리에게 안겨 줍니다. 하나는 하늘에 있고, 다른 하나는 땅에 있습니다.
먼저, 하늘에 피어나는 ‘꽃구름’을 만나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꽃구름’을 '여러 가지 빛을 띤 아름다운 구름'이라고 풀이하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여러 가지 빛깔로 어우러져 아른거리는 아름다운 구름'이라고 그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줍니다. 해가 뜨거나 질 무렵, 하늘이 온통 붉고 노랗고 자줏빛으로 물들 때 예쁘게 피어오르는 구름, 바로 그 모습이 ‘꽃구름’입니다. 마치 하늘에 커다란 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말이니, 우리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 속에서도 그 빛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꽃구름이 일고 있는 하늘 어디쯤을 한 마리의 어린 제비가 날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 최명희, 『혼불』
하지만 때로는 그 아름다움이 닿을 수 없는 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박경리 님의 소설 『토지』에서는 행복하지 못한 처지를 빗대어 이 말을 썼습니다.
실은 지금 명희 처지가 말이야, 꽃구름 탄 것처럼 그리 행복하질 못해.
- 박경리, 『토지』
또 하나의 ‘꽃구름’은 땅 위에 뜬 구름을 이야기합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뜻을 '꽃이 무리 지어 한데 피어 있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알려줍니다. 봄날, 등성이를 온통 뒤덮은 진달래나 철쭉,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커다란 구름이 몽실몽실 땅에 내려앉은 듯 보입니다. 바로 그 바람빛(풍경) 또한 ‘꽃구름’입니다.
우리 나날살이에서도 ‘꽃구름’은 하늘과 땅 그리고 우리들 마음 곳곳에 피어납니다.
(하늘) 해 질 무렵 하늘이 꽃구름으로 물들어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다.
(땅) 봄이 되니 지리산 자락마다 진달래 꽃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마음)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니, 꼭 마음속에 꽃구름이 뜬 것처럼 내 마음도 환해졌다.
이처럼 ‘꽃구름’은 하늘을 땅으로 끌어내리고, 땅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참으로 멋진 말입니다. 하늘에 떠있는 예쁜 구름을 볼 때나 땅에 핀 아름다운 꽃을 볼 때, 이 멋진 말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말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요? 곁에 있는 이에게 “하늘에 꽃구름이 참 예쁘다.”, “저기 많은 꽃들이 꼭 꽃구름 같아.” 하고 말을 건네보세요. 우리가 함께 쓸 때, 우리의 말과 삶은 꽃구름처럼 더욱 아름답게 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