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왕조실록》에는 “호랑이”라는 말이 무려 877차례나 등장합니다. 《태조실록》 1년 윤12월 20일 “성안에 들어온 호랑이를 흥국리 사람이 쏘아 죽였다.”로 시작하여 《태종실록》 5년 7월 25일 “밤에 호랑이가 근정전 뜰에 들어왔다.”, 《세종실록》 7년 8월 7일 “삼군 진무와 호랑이 잡는 갑사(甲士) 10명을 보내어 잡게 하였다.” 등의 기록이 있습니다. 또 《단종실록》 2년 8월 17일에는 “영산현의 박연수는 나이가 열 살인데, 그 아비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므로 낫을 휘두르며 쫓아가서 호랑이가 마침내 버리고 갔습니다.”라는 믿지 못할 기록도 있습니다.
이 예문의 조선왕조실록 원문을 보면 모두 한자 ‘호(虎)’로 표기되었는데 현대에 와서 국역하면서 호랑이와 범을 섞어 썼습니다. 그러면 이 “범”과 호랑이는 같은 것일까요, 다른 것일까요? 먼저 국어사전에서 ‘범’을 찾아보면 “같은 말=호랑이”라면서 “‘범’과 ‘호랑이’는 모두 널리 쓰이므로 둘 다 표준어로 삼는다.”라고 나옵니다. 그러나 1459년에 펴낸 《월인석보》에 보면 ‘호(虎)’와 ‘랑(狼)’은 각각 범과 이리(늑대보다 큰 갯과 동물)를 말한 것이지 지금처럼 호랑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범이 호랑이로 돌변하고 말았지요.
분명히 말하면 ‘범’은 토박이말이고 ‘호랑이’는 한자 ‘虎(호)’와 이리를 뜻하는 ‘狼(랑)’이 붙어서 만든 ‘호랑’이라는 줄기(어간)에 우리말 뒷가지(접미사) ‘이’가 붙어서 된 말로 잘못 쓰는 말입니다. 이제 ‘호랑이’를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밑(어원)은 확실히 알고 써야 하며 되도록 토박이말 ‘범’을 쓰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한자말이 주인 자리를 차지한 채 토박이말이 잊힌 것에는 강(江ㆍ가람), 산(山ㆍ메), 새쪽(동쪽), 천(千ㆍ즈믄) 따위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