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과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나라 밖 순회전의 두 번째 전시 《한국의 국보: 한국미술 2000년》(Korean National Treasures: 2,000 Years of Art)을 미국 시카고박물관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연다. 오는 3월 7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국보 7건과 보물 15건 등 모두 127건 244점의 문화유산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 근현대미술 13점이 출품된다.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은 작년 11월,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의 개최로 첫 여정을 시작했다. 이 전시는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로 인해 예정보다 일주일 늦게 개막하는 우여곡절에도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의 지난 5년 동안 특별전 최다 관람객 수인 8만여 명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료했다. 여세를 몰아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카고박물관에서 3월 7일(토)부터 7월 5일(일)까지 다음 여정을 이어간다.
130여 년, 달라진 위상으로 돌아온 한국의 문화
시카고박물관은 미국 3대 종합박물관으로 지금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위해 세워진 건물에 있다. 시카고 박람회는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이후, 조선이 처음으로 국제 사회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시를 연 곳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당시 아시아의 낯선 나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130여 년이 지나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한 전시가 같은 자리에서 다시 열리게 된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시카고박물관은 2009년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설계로 모던 윙(Modern Wing)을 증축하였는데 이번 특별전은 바로 이 모던 윙에서 여는 첫 아시아 미술 특별전으로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의 문화유산이 더 이상 아시아의 낯선 유물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K-컬처의 뿌리이자 원류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보, 모두의 국보


이번 전시에는 삼국시대부터 20세기 후반의 현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의 이천 년을 망라하는 문화유산 모두 140건 257점이 출품된다. 전시는 근현대 및 전통 회화, 도자, 불교 의례 등 한국미술 각 분야의 대표 작품을 소개하며 이천 년 동안 축적된 한국의 예술과 문화유산을 조망한다. 이들 가운데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 <천ㆍ지ㆍ현ㆍ황이 새겨진 백자 대접>과 삼국시대 금동불, 고려시대 <천수관음보살도>, 조선전기 <석보상절> 등 22건은 한국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국보 또는 보물이다.
한때 개인의 소장품이자 보물이었던 이들 문화유산은 2021년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의 국가 기증으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보물이 되었다. 전시 제목인 ‘한국의 국보 (Korean National Treasures)’는 단순히 국가 지정문화유산으로서 ‘국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보물로서 ‘나라의 보물’을 의미한다. 전시는 특정 시대나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한국미술 이천 년의 정수를 고르게 아우르며, 수집가의 안목뿐만 아니라 이를 공공과 향유하고자 한 숭고한 기증의 의미를 동시에 살필 수 있도록 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결실

1980년 연 특별전 《한국미술오천년》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시카고박물관과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시카고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나라 밖 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에 참여하여 2017년 소장품에 대한 학술자문, 2018-2019년 한국어 음성안내 구축, 2021년 전문가 강연 등을 추진했다. 또한 2024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분청사기와 백자호 등 9건 10점을 장기 빌려줘 한국실을 확장 재개관하였으며, 개막 당시 보물 서봉총 금관과 허리띠를 특집 전시하였다. 이번 특별전은 2022년 양 기관이 체결한 한국실 지원사업의 결실로 시카고박물관에서 46년 만에 여는 대규모 한국미술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한국 문화에 대한 강연도 마련된다. 3월 5일 시카고예술대학교(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는 <한국의 고대문화와 건축>, 3월 7일 시카고 한인문화원에서는 <한국 역사의 힘과 한국 문화의 독창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열린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조선의 문화를 처음 국제 사회에 알린 시카고에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컬처의 원류로서 한국 전통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의 새로운 국격과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7월 5일 폐막 뒤, 전시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으로 이동하여 10월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열린 뒤 대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