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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사랑을 끝까지 붙들려 한 인간의 연극 〈이혼고백서〉

극단 떼아뜨르봄날 2026년 신작, <한국의 문제적 인물> 시리즈의 출발점
나혜석 《이혼고백장》 원작 무대화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극단 떼아뜨르 봄날이 2026년 신작 연극 〈이혼고백서〉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극단이 새롭게 기획한 <한국의 문제적 인물> 시리즈의 출발점이 되는 첫 번째 공연으로,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인이었던 나혜석의 자전적 산문 《이혼고백장》을 원작으로 삼아 무대화한다.

 

<한국의 문제적 인물> 시리즈는 조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ㆍ문화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동시에 논쟁과 오해, 왜곡 속에 놓여 있던 인물들을 새롭게 들여다보려는 연작 프로젝트다. 다만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것은 영웅 만들기나 재단이 아니다. 상징과 이념의 틀에 갇힌 인물을 걷어내고, 그 시대를 통과했던 한 인간의 욕망과 선택, 모순과 분투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 첫 번째 인물로 고른 나혜석은 ‘여성해방의 선구자’ 혹은 ‘문제적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인식되어 온 인물이지만, 이번 작품은 그 거대한 수식어 대신 사랑받고 싶었고, 결혼을 지키고 싶었으며,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다.

 

1934년 대중잡지 삼천리에 발표된 《이혼고백장》은 단순한 폭로도, 변명도 아니었다. 사랑했고, 선택했고, 그 결과를 감당하려 했던 한 인간의 기록이었다. 작품은 이 일인칭 고백을 중심에 두고, 후대의 과장된 해석이나 이념적 재단을 최대한 배제한 채 무대 위로 옮긴다. 나혜석과 김우영의 만남과 연애, 결혼과 갈등, 그리고 결국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지만, 사건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한 인간의 혼란과 분열, 사랑과 집착, 자존과 좌절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식민지 근대라는 격변의 시대 속에서 서양 사상과 전통적 관습 사이를 오가며 흔들리던 지식인의 초상 역시 인물의 내면과 맞물려 그려질 예정이다.

 

극단 특유의 양식적 특징도 이번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언어와 신체, 음악을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총체극적 접근과 최소한 무대 구성은 배우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극 언어로 기능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장면에 아이러니와 미적 거리를 만들어내며, 이 작품을 단순한 전기극이나 역사극과는 다른 결의 무대로 완성할 예정이다.

 

〈이혼고백서〉는 나혜석을 ‘문제적 인물’로 규정하기보다, 사랑을 믿었고 그 결과까지 책임지려 했던 한 인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다. 오히려 묻는다. 사랑은 왜 그의 책임이 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타인의 선택을 얼마나 쉽게 규정해왔는가. 90년 전 한 여성이 남긴 고백은 이제 과거의 문장이 아니라, 오늘의 관객을 향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2026년 신작 〈이혼고백서〉는 상징과 논란 속에 갇혀 있던 ‘나혜석’을 한 인간의 얼굴로 다시 불러낸다. 공연은 4월 9일부터 19일까지 여행자극장에서 진행되며, 입장권 예매는 놀티켓과 네이버예약을 통해 3월 4일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