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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에 나가면 수많은 들꽃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흔히 눈에 띄는 타래난초도 있지요. 꽃대궁을 돌아올라가는 아름다운 타래난초는 외떡잎식물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잔디밭, 논둑, 무덤가에 5월부터 여름 내내 꽃이 핍니다. 그런데 이 타래난초가 무덤가에 피면 꽃이 줄기를 타고 빙빙 꼬여 피므로 후손들 하는 일이 꼬여서 안 좋다고 뽑아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타래난초를 곰곰이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다음 “들꽃글방” 카페지기님의 이야기입니다. “나선형 계단을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그렇게 오르다 보면 어디가 나올까요. 긴 꽃대궁도 꽃들의 행진에 신이 났나 봅니다. 꽃대 끝에 눈길을 주면 거기에도 익어가고 있는 꽃망울이 달려선 까딱거리고 있어요.”라는 마음으로 바라본 까닭입니다.
사실 타래난초는 작은 꽃대에 핀 수많은 꽃이 질서를 아주 잘 지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걷는 행복》을 쓴 작가 이브 파칼레는 타래난초의 꽃부리가 하나하나 열리는 품이 마치 항성의 궤도에 키스를 하는 듯하다고 했다지요. 타래난초는 꼬인 것이 아니라 서로 자리다툼도 하지 않고 한 꽃이 핀 자리를 양보하려니 옆으로 살짝 비켰고 옆 자리 부족하니 살짝 위로 올려 피는 것입니다. 약속이나 한 듯이 한 송이 한 송이 그렇게 자리 비켜주다 보니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그리움을 피워내는 것이라고 카페지기는 말합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타래난초만큼만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예쁘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참 아름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