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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865. 종 신분으로 당상관이 된 반석평

   


벼슬이 형조판서, 의정부 좌참찬까지 오른 재상 반석평(潘碩枰, ?~1540)이란 사람이 하루는 수레(초헌)를 타고 가다가 초라한 옷차림새로 걸어가는 한 사람을 보자 수레에서 내려 그에게 절을 했습니다. 절을 받은 사람은 반석평이 옛날 종이었던 때 모시던 주인의 아들이었지요. 그리고는 임금에게 자기가 예전 종이었음을 실토하며 자기의 벼슬을 깎아 어렵게 사는 그 주인의 아들에게 벼슬을 내려달라는 상소를 했습니다. 조정에서는 그 뜻을 의롭게 여겨 주인집 후손에게 벼슬을 내려준 것은 물론 반석평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게 했습니다. 
 

조선시대엔 신분제도가 엄격하여 종은 절대로 양반이 될 수 없었음은 물론 세습까지 되었고, 첩의 자식 서얼도 벼슬길에 오를 수 없는 때였습니다. 그런데 반석평은 종의 신분으로 어찌 재상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요? 조선 후기에 오면 신분질서가 문란해져 돈으로 양반을 사는 일도 있었지만 반석평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니까 여기에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원래 반석평은 재상 집 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재상이 그의 성품과 재주를 아껴 경서와 역사를 가르치고, 종문서를 없애면서 아들 없는 어느 부잣집에 양자로 들어가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재상은 과거를 숨기는 것은 물론 다시는 오가지 말며 학문에 힘쓰라고 했습니다. 그 뒤 반석평은 과거에 급제하고 재상까지 올랐지요. 언제나 겸손하고 청렴결백하던 반석평은 종의 신분이 드러났어도 오래도록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한몸에 받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