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실록 7권, 3년 (1457) 4월 18일 기사에는 복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복날 설명은 음 기운 곧 가을기운(금,金) 이 일어나려다 양 기운 곧 화(火) 기운인 여름기운에 눌려 엎드려 숨어있는 것이 복날이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더운기운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지요. 최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에 보면 복날을 '서기제복(暑氣制伏)'이라 해서 더위를 피하는 날이 아니라 더위를 꺾는 날 곧 더위를 정복하는 날이라고 말합니다. 더위를 겁내어 피하는 피서'避暑'보다는 더위를 제압하고 누른다는 발상이 참 신선합니다.
그럼 어떻게 우리 겨레는 더위를 물리쳤을까요?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이열치열이란 게 있지요. 삼계탕 같은 뜨거운 음식으로 몸을 보하는 것이 그것이며 다른 한편으론 양반들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도왔습니다. 또한, 복날 풍속에 '복날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복날에는 아무리 더워도 목욕을 하지 않는데 다만, 초복에 목욕을 했을때 중복과 말복 날에도 목욕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오늘 낮에는 삼계탕 한 그릇과 수박 한 덩이를 팍 잘라서 이웃과 함께 나눠 먹고 팔 걷어붙이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구슬땀이 흐를 것입니다. 이때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열어젓혀 놓으면 후욱 하고 더운 바람이 들어오지요. 이 바람을 맞으며 시골 논배미에서 열심히 김매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를 떠올려보면 어느새 더위도 저만큼 물러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