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를 종이처럼 얇고, 실처럼 가늘게 쪼개어 부드럽게 한 ‘대오리’를 형형색색으로 물 들이고서, 베 짜듯 다양한 무늬를 놓아가며 엮어 짠 고리(상자)를 “채죽상자(彩竹箱子)” 곧 “채상(彩箱)”이라고 합니다. 옷고리나 반짇고리 등 안방에서 고리나 상자로 사용되는 부녀자의 죽공예용품으로 “채협”이라고도 하지요.
대를 재료로 하여 가공한 죽세공품 중에서 가장 정교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채상 만들기입니다. 대오리에 다양한 빛깔로 물들여 그 무늬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염색을 하지 않은 ‘소상(素箱)’도 대나무의 겉대와 속대가 서로 다른 빛깔의 무늬를 만들어내 오묘하지요. 결이 어찌나 고운지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무늬 ‘채(彩)’ 자 대신 비단 ‘채(綵)’ 자를 붙여 채상(綵箱) 곧 ‘비단 같은 상자’라는 고운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좋은 채상을 임금에게 진상하면 나라에서 참봉(參奉)이나 봉사(奉事) 벼슬을 내렸다지요. 민간에서도 보통 폐백이나 혼수 등에 쓰는 귀한 물건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했습니다. 통풍이 잘되어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오래 담아 두어도 냄새가 배지 않는 상자입니다. 채상은 대나무가 많이 나는 남부지방에서 주로 썼고,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싸리채와 버들고리가 더 많이 쓰였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이를 잊어가고 있지만 채상은 우리 겨레의 아름다운 심성이 묻어나는 상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