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엔 온통 더위 천지 / 광한전(달나라에 있다는 궁전) 월궁으로 달아날 재주 없으니 / 설악산 폭포 생각나고 / 풍혈 있는 빙산이 그리워라” 이 내용은 조선 전기 문신 서거정이 시문을 모아 펴낸 ≪동문선(東文選)≫이란 책에 나오는 시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두 번째로 오는 “대서(大暑)”이지요. 한 해 가운데 가장 더운 때라고 하여 대서(大暑)라 불렀습니다. 천둥과 번개가 대단하고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지기도 하는데 한차례 소나기가 내리면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하지만 다시 뙤약볕이 더위를 먹게 합니다. 이때 뙤약볕에서 땀 흘려 농사짓는 농부들은 솔개가 드리울 정도의 작은 그림자 솔개그늘이 정말 반갑기만 하지요.
소나기가 온 뒤 마당에 미꾸라지들이 떨어져 버둥거립니다. 빗줄기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진 것인데 추어탕을 해먹으면 기운이 난다고 합니다. 또 전설의 동물인 용과 봉황 대신 잉어(혹은 자라)와 오골계로 끓인 “용봉탕”, 검정깨로 만든 깻국탕인 “임자수탕”, 보신탕, 삼계탕 등을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습니다. 무더위엔 불쾌지수가 높아질뿐더러 자꾸 더위를 피하고만 싶은데 9세기 동산양개 선사(禪師)의 ‘너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는 말을 되새겨보면서 우리 자신이 “더위”가 되어 큰 더위 곧 대서와 마주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