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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905. 오늘은 모기도 입이 비뚤어지는 처서, 포쇄를 합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네 번째 절기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드는 처서(處署)입니다. 아직 불볕더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한 것처럼 가을 하늘은 멀지 않았습니다. 낱말 그대로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합니다. 또 여름 동안 습기에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도 이 무렵에 하는데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파리 모기의 성화도 줄어갑니다.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는다. ‘미친놈, 미친년 날 잡는답시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위는 남도지방에서 처서와 관련해서 전해지는 민요 가사의 한 대목입니다.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단장(斷腸), 곧 애끊는 톱소리로 듣는다는 말이 참 재미있습니다. 절기상 모기가 없어지고, 이때쯤부터 슬슬 섬돌 밑 귀뚜라미도 애끓는 울음소리를 낼 채비를 하는 시기가 처서입니다. 막바지 더위가 남아있지만 어느새 밤나무 아래서면 밤 익어가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