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장사를 지내는데 그 절차 중에 노제(路祭)라는 것이 있습니다. 발인할 때 문 앞에서 지내는 제사를 말하며 ‘견전제(遣奠祭)’ ‘견전’ ‘노전(路奠)’이라고도 합니다. 삼국사기 권 제32에는 4대도제(四大道祭) 장소가 나오는데 “동쪽으로 고리(古里), 남쪽으로 첨병수(幷樹), 서쪽으로 저수(渚樹) 북쪽에는 활병기(活倂岐)에서 지내고, 압구제(壓丘祭)·벽기제(氣祭)도 지낸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것이 노제의 한 형식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압구제’는 봉토에 올리는 제사 ‘벽기제’ 벽사 곧 잡귀를 물리치는 제사의식으로 짐작됩니다.
태종실록 10권(1405)년 에 보면, 예조에서 장례와 제사 절차에 관한 법을 올렸는데 “상사(喪事)는 집안의 넉넉하고 넉넉지 못한 것에 맞게 해야 하는데 지금 대부(大夫)·서인(庶人)들은 재물이 있는 자는 사치를 극진히 하여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구하고, 재물이 없는 자도 세속을 따라서 빌리고 꾸기까지 하니, 심히 성현의 교훈을 남긴 뜻이 아니며 노제의 본뜻은 신구(神柩)를 쉬는 것인데, 망령되게 불배(佛排)를 베푸니, 또한 신명(神明)에게 제사하는 뜻이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다만 백병(白餠)과 과상(菓床)만을 베풀어 신(神)에게 전(奠)드리게 하고, 이를 어기는 자는 헌부(憲府)에서 고찰(考察)하게 하소서.”라는 다소 긴 주장이 보입니다.
사치로서 장례를 치르지 말 것, 노제의 본뜻을 어기지 말고 절의 부처에게 너무 의존치 말것, 노제상은 흰떡과 과일만으로 검소하게 차릴 것이며 이를 어길 때는 잡아다가 벌을 줄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시대이건 상례나 혼례의 과시욕은 있게 마련이라 이를 법으로 다스리려는 움직임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예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진대 마음을 다하라는 교훈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