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가운데는 영어가 안 되는 분이 분명히 계시거든요. 영어 못하는 교수와 영어에 자신 없어 하는 제자가 영어로 수업을 한다는데…. 학생도 교수도 모두 스트레스입니다.” 경향신문 4월 10일 자 인터넷판에 실린 "자살 대책 과제 뭔가… 전면 영어수업에 숨 막힌다” 기사에 나온 카이스트 학생의 말입니다. 최근 카이스트에서 학생 4명과 세계적 생명공학자인 교수 1명이 자살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자살 뒤에는 영어강의도 한 몫 한 모양입니다.
그러자 카이스트의 한상근 교수는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교수가 그런 선언을 한 까닭은 그렇잖아도 교수와 학생 사이의 인간적 접촉이 적은 판에 강의 마저 영어로 하면 삭막한 학생들의 정서를 더 삭막하게 만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또 그는 영어강의를 각 교수의 선택에 맡기고 대신 졸업을 위한 일정 학점 이상의 영어 수강을 제안했습니다.
지난해 실력있는 한 국어학박사가 국어과 교수 임용시험에서 떨어졌습니다. 영어면접이 탈락 원인이었습니다. 그는 임용시험을 보기 위해 비싼 영어특강까지 받았지만 결국은 더 유창한 사람에게 밀렸습니다. 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꼭 영어를 잘해야 하고 그것도 영어로 수업을 해야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영어교육과 영어에 대한 신화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