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 꽃이 온 산과 들에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이때 시골 마을에 들어서서 정겨운 담 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해짐을 느낍니다. 시골 담들은 재료를 자연에서 찾습니다. 돌담, 흙담, 기와 조각담, 화초담, 싸리울타리, 대나무울타리, 탱자나무울타리까지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지요.
이런 담이나 울타리들은 대부분 키가 나지막합니다. 담 안으로 안방 문이 보이고, 팔짝 뛰어넘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 담은 나와 남 사이에 벽을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소박한 경계를 표시한 것뿐입니다. 한옥 방문의 문틈에 적당히 바람이 드나들도록 문풍지를 단 것과 같은 이치지요. 또 담은 집안에서 밖을 볼 때 고개를 빼들지 않고도 바로 산과 들을 바라볼 수 있어서 자연과 늘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돌담에 쓰인 돌들을 보면 삐뚤삐뚤하고 크기도 들쭉날쭉한 그야말로 제멋대로 돌을 쌓은 느낌이 듭니다. 그냥 놔두면 아무 쓸모가 없을 돌을 모아 담을 쌓음으로써 그 돌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지요. 억지로 규격화한 벽돌과는 그 차원이 아주 다릅니다. 이런 한옥의 담들은 울퉁불퉁한 나무를 그대로 기둥으로 쓴다거나 언덕을 깎아내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땅에 맞춰 집을 짓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크기와 일정한 모양새를 자랑하는 현대식 건축물이 세상을 뒤덮어 갈수록 한옥의 담들이 주는 편안함은 우리가 돌아갈 고향이 무엇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