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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7. 가곡 이야기 < 1 >

 

 
 
독자 여러분의 질문 중에 ‘봉선화’나, ‘바위고개’, 또는 ‘금강산’이나 ‘비목’과 같은 노래들을 가곡으로 알고 있는데, 국악방송을 들어보면 이름부터 생소한 ‘초수대엽’이나 ‘언락’, ‘편락’과 같은 긴 노래를 가곡으로 소개하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가곡이 어떤 노래인가? 미적 특징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부터는 <가곡>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소개할 예정이다. 관심있는 분들의 애독과 질문을 포함한 많은 의견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일반적으로 가곡(歌曲)이라 하면 아름다운 시(詩) 위에 곡조를 얹어 부르는 노래를 지칭한다. 독일에서는 <리트>, 불란서에서는 <샹송>, 이태리에서는 <깐쪼네>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가곡으로 정의하고 있는 노래는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른 노래와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특징적인 요소란 다음과 같다.
1. 조선조 전기에 생성된 노래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
2.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초장, 중장, 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3장 형식의 시조시를 노랫말로 삼는다는 점
3. 16박자, 혹은 10박자의 길고 느린 장단에 맞추어 부르고 있다는 점
4. 반드시 거문고나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 장고와 같은 악기들이 함께 참여하는 음악이란 점
5. 남성들이 부르는 남창과 여성들의 여창으로 구분되며 부르는 악곡의 순서가 정해져 있다는 점
6. 우조음계와 계면조음계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
7. 5장의 음악형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8. 그 외에도 창법이나 발음법, 표현법, 연주자세 등이 비교적 점잖다는 점 등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가곡은 위와 같은 특징적 요소들을 충족할 수 있는 노래여야 된다는 말이다. 가곡이란 이름은 문헌에 수없이 등장하고 있다. 일일이 찾아볼 필요도 없이 19세기 중반에 박효관과 안민영이 공동으로 엮은『가곡원류(歌曲源流)』라는 가집의 제목에서도 우리 고유의 이러한 노래들을 가곡이라 명명해 왔음은 분명하기에 재론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서양음악이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서양음악을 공부한 음악인들이 서양음악의 어법을 빌어 새롭게 지은 노래들, 곧 봉선화를 비롯한 수많은 새 노래들이 작곡되었다. 이러한 노래들은 나름대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노래로 자리를 잡았지만, 이 노래의 명칭은 애초부터 <새로운 스타일의 가곡>이란 의미로 <새가곡>, <신가곡>으로 불렀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음악계를 이끌고 있던 서양음악의 주체들이나 학교의 음악교육을 담당하던 행정관리, 음악교육자, 언론인들은 아무 숙고 없이 이와 같은 <신가곡>들을 종래의 가곡과 동일하게 <가곡>으로 명명하였기에 혼돈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급기야는 신 가곡의 위세에 눌려 전통의 가곡은 본래의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유네스코는 최근 한국의 전통 가곡을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그럼에도 현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 한국인들은 전통 가곡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드물고 서양음악 스타일의 신가곡을 한국의 가곡으로 알고 있는 뒤바뀐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형국이 비단 가곡에만 보이는 일이겠는가!
                       (다음 주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