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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 “한국 산타령의 대명사, 황용주 사범의 55주년 기념공연” 2

   

《산타령》에는 경기산타령, 서도산타령, 남도산타령 등이 있다. 남도는 다르지만, 경기와 서도의 산타령은 전반적인 악곡의 구성이나 선율의 진행이 유사한 편이어서 이들 노래가 동시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쪽의 산타령이 다른 지방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27년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에는 경기산타령은 불규칙리듬이 많고 서도산타령은 비교적 규칙적인 점, 서도는 템포가 빠르고 요성이 격렬한데 비해 경기는 비교적 느리고 매끈하다는 점을 들면서 “서도 산타령은 경기산타령의 변형”이라고 기록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 학자들이 서도의 사거리를 주장하는 것과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경기나 서도 할 것 없이《산타령》은 오랜 역사와 음악적으로 다양한 특징들을 지니고 전승되어 오는 전통의 소리이다. 자칫 이에 대한 보존정책이나 전승과정을 소홀히 했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소중한 자산을 잃을 뻔했던 종목이기도 한 것이다.  

국가에서는 1969년, 《산타령》을 무형문화재 19호로 지정하면서 뚝섬패의 한인학 후계자인 김태봉, 과천패 소완준의 제자 정득만, 왕십리패 이명길의 제자 이창배, 동막(공덕)패 권춘경의 제자 김순태, 그리고 황기운의 제자 유개동 등 5명을 예능보유자로 인정한 바 있다.

지정 40여 년이 지난 현재, 당시의 보유자들은 모두 타계하였으며, 제2세대의 선두주자인 황용주와 최창남 2인이 새로운 보유자로 인정되었고, 박태여, 염창순, 방영기 등이 전수조교가 되어 지난날의 화려했던《산타령》음악을 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소리 중에서도《산타령》은 자생력이 매우 약한 편이어서 현재는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하루속히 이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확산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활성화 방안의 주체는 첫째가《산타령》의 전승자들이다. 수준 높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더욱 열심히 갈고 닦아야 함은 물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앉아서 애호가들이 모여들기를 기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둘째는 지원자인 문화재청이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특별 육성책을 강구해 주어야 한다. 가령 보유자나 전수조교의 수를 지정 당시의 수준으로도 유지시켜 주지 않으면서 산타령의 활성화 방안이나 확산을 기대하고 논의하는 자체가 가능한 일인가를 묻고 싶다.  

셋째는 국악계의 폭넓은 관심이다. 대중들로부터 인기가 있는 특정 분야만을 자주 무대 위에 올리는 편향된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학의 전공자 양성도 시급하다. 교육현장의 관심도 중요하다. 특기적성이나 동아리 교육에《산타령》과 같은 노래가 적합한 이유를 알리고 교육주체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교육현장에서《산타령》선택이 적절한 이유로는 한국의 유명한 산이나 강, 지역의 이름, 등을 비롯하여 산천경개를 두루 노래하기 때문에 사설의 내용이 매우 건전하고 상식이 풍부해진다는 점, 독창을 통한 개인의 목 자랑보다는 여러 명이 대형을 이루며 합창으로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공동체로서의 협동심을 키울 수 있다는 점, 소고를 치면서 부르기 때문에 국악의 다양한 리듬감을 직접 몸으로 익히게 된다는 점, 그리고 씩씩하고 활달한 창법이나 다양한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는 점 등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전통이야말로 ‘사회질서의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팽배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산타령》이 얼마나 신명나고 건강한 노래인가를 재확인 시켜주기 위해 무대를 준비한 오늘의 주인공 황용주는 스승인 이창배 선생의 문하에서 경서도 소리 전반을 배우면서 목청이 맑으면서도 고음을 무리 없이 질러내는 점이나, 어렵고 까다로운 사설의 이해가 정확한 점 등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4~5년 동안, 미국과 중국의 연주여행을 산타령 단원들과 동행하면서 가까이서 보아 온 인간 황용주의 모습은 평소에도 그가 말을 아끼는 점,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진지한 점, 그리고 스승은 물론 치례(致禮)와 진성(眞誠)으로 이웃을 섬기는 마음 등으로 더더욱 인정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는 자신에게 엄격하며 남들에게 철저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면은 너무도 인간적이어서 제자들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남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열악한 음악 환경 속에서 산타령의 전승을 위해 평생 노심초사하며 살아온 한국 산타령의 대명사, 소암 황용주 사범의 예악생활 55주년 기념공연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러한 공연을 만들어 준 선소리산타령 보존회의 회원 여러분, 그리고 출연자 여러분의 노고에 힘찬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2011. 5. 24
                                   
                                          서 한 범(단국대 명예교수·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