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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절해고도 유배지에서 사랑하는 딸에게 쓰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109]

   

원교체(圓嶠體)라는 특유한 필체를 만들어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조선 후기의 서예가이자 양명학자인 이광사(李匡師, 1705∼1777)는 50살 되던 나이에 역모 사건에 연루되어 함경도 부령 땅으로 유배를 갔습니다. 그는 이후 23년 동안 부령과 전라남도 신지도에서 유배살이를 하다가 삶을 마쳤는데 늘그막에 낳은 어린 딸과 많은 한글편지를 주고받았지요.

하지만, 이광사는 어린 딸에게 그저 사랑한다는 말만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유배를 떠나고 아내는 유언을 남긴 채 목을 매 죽었기에 부모가 곁에 없는 딸에게 이광사는 사랑을 담아 편지로 가르침을 주었지요.

“날마다 일찍 일어나 이부자리를 네 손으로 개어 깨끗한 곳에 두어라. 이어 비를 가지고 자리를 깨끗하게 쓸고 머리는 얼레빗으로 빗고, 빗을 빗통에 넣어 두어라. 이따금 거울을 보며 눈썹과 살쩍(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을 족집게로 뽑고 빗에 묻은 때를 씻어 깨끗하게 해라. 세수하고 양치하며 다시 이마와 살쩍을 빗질로 매만지고, 빗통을 정리하고 세수한 수건은 늘 제자리에 두어라. 무릎을 꿇고 앉아 한글 한 번 읽고 한자 몇 자를 단계에 따라 읽어라.”

이광사는 어린 딸에게 하루 일과를 옆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하나하나 적어 아버지 마음을 담아 보내고 있습니다. 어린 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은 감춘 채, 그 정성과 마음 씀씀이를 편지에 진하게 드러냈지요. 행간에는 인간적이며,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뚝뚝 묻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