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7 (월)

  • 맑음동두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2121. 용왕 앞에서도 본래의 모습을 흐트리지 않는 게

   

단원 김홍도의 그림 가운데 게가 갈대꽃을 물고 늘어지는 그림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를 보셨나요? 게가 갈대꽃을 먹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단원은 게가 뒤로 발랑 나자빠지면서도 갈대꽃을 놓지 않는 그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단원은 이 그림에 깊은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한자로 갈대는 “로(蘆)”인데 이는 중국 발음으로는 “려”로 그 뜻은 원래 임금이 과거 급제자에게 나누어주는 고기음식을 말하지요. 그러니까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물은 것은 소과(小科)와 대과(大科) 두 차례 과거시험에 모두 합격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그것도 확실하게 붙으라는 뜻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냥 합격이 아닌 장원급제를 바라는 것이지요. 게는 등에 딱딱한 껍질 곧 “갑(甲)”을 이고 사는 동물로 한자로 갑(甲)을 의미합니다. 이 갑은 천간(天干,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첫 번 째로 장원급제를 뜻하지요.

‘게가 갈대꽃을 탐하는 그림(해탐노화도)’은 이런 뜻을 지녔기에 과거시험을 앞둔 사람에게 선물로 그려주는 대표적인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은 그림 끝에 붙인 그림제목이 압권입니다. 단원이 쓴 ‘海龍王處也橫行(해룡왕처야횡행)’은 “바다 속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 옆으로 걷는다.”라는 뜻으로 급제해서 벼슬을 했을 때 임금 곧 권력 앞에서 우물쭈물하지 않고 제 모습대로 소신을 펴라는 의미지요. 남들이 앞으로 걷는다 해서 앞으로 걸어보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원래 모습대로 남을 모방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으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그림입니다.

댓글달기 1

스팸방지
0/300자
  • 서영환
    • 2011-07-05 17:35:35
    • 삭제

    이 시대에 정말 귀한 말씀입니다.
    공직자들이 그렇게 자기 본분을 지킨다면
    나라가 어지러워지지는 않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