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잡절의 하나인 초복(初伏)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때입니다. 1614년(광해군 6년) 이수광이 펴낸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지봉유설≫에 보면 복날을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날로 사람들이 더위에 지쳐 있을 때”라고 하였습니다.
'오행설'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의 기운, 가을철은 '금'의 기운인데 가을의 '금' 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엎드릴 '복(伏)' 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합니다. 또, 최남선의 ≪조선상식≫에는 ‘서기제복'이라는 하여 복날을 더위 꺾는 날이라고도 풀이합니다. 흔히 복날은 삼계탕 등 뜨거운 음식을 먹는데 이를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하지요.
예부터 더울때 뜨거운 것을 먹는 것은 다 그 까닭이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사람 몸은 외부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피부 근처에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양의 피가 모이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위장을 비롯하여 여러 장기는 피가 모자라게 되고 몸 안 온도가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식욕이 떨어지면서 만성피로 등 여름 타는 증세가 나타나기 쉽지요. 이때 덥다고 차가운 음식만 먹게 되면 배나 장기가 더욱 차가워져 건강이 나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따뜻한 음식을 먹거나 땀을 흘리며 일을 해서 장기를 보호해 줍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찬 것만 찾기보다는 예부터 내려 오던 겨레의 슬기로운 뜨끈한 먹거리로 더위를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