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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22. 큰 악기들을 이끄는 작은 피리, 도적떼를 울리다

   

태종 5대손 단산수 이주경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그가 황해도에 갔다가 구월산 도적에게 잡혀갔습니다. 그런데 그 도적떼의 두목은 바로 임꺽정이었지요. 이때 끌려온 이주경이 명인임을 알아본 임꺽정은 이주경에게 피리를 불라고 합니다. 이에 이주경이 웅장한 우조부터 슬프고 처절한 계면조까지 불어 나가자 임꺽정과 부하들은 서로 붙들고 목놓아 울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주경은 무사히 풀려날 수가 있었다지요.

조선시대 음악 연주 형태의 바탕은 삼현육각이었습니다. 바로 김홍도의 그림 <무동(舞童)>과 같은 모습이었지요. 그 모습을 보면 맨 왼쪽에 좌고, 그 오른쪽으로 장구와 두 대의 향피리, 대금,·해금이 연주합니다. 그런데 이 삼현육각은 향피리가 주도하는 형태입니다. 향피리는 한국 고유의 피리라는 뜻으로, 중국에서 전래한 당(唐)피리와 구분하려고 붙인 이름입니다. 향피리는 길이 27cm, 관의 안지름 1cm 정도인데 소리구멍은 앞에 7개, 뒤에 1개, 모두 8공(八孔)입니다.

전통음악 연주에 쓰는 피리는 향피리ㆍ세(細)피리ㆍ당(唐)피리 세 가지입니다. 세 가지의 피리는 모두 관(管)에다 혀(속칭 서, 舌, reed)를 꽂아 세로로 부는데, 이 중에서 향피리는 세피리에 비하여 굵은 관대와 큰 혀를 사용하므로 일명 대피리로 불리기도 합니다. 작지만 소리가 큰 악기.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제 작은 피리가 큰 악기들을 이끈다는 표현도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