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에 견주면 난방이 시원찮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겨울을 났을까요? 누비옷을 입고 방안에 화로를 두는 정도였을 겨울나기에 “구구소한도”라는 것도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이 구구소한도는 동지가 되면 종이에 9개의 칸을 그려놓고 한 칸에 9개씩 81개의 매화을 그린 다음 하루에 하나씩 매화에 붉은빛을 칠해나가게 한 것을 이릅니다. 그런데 붉은빛을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하지요.
그렇게 하여 81일이 지나면 모두 81개의 홍매화가 생기고 그러면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또 다른 구구소한도는 9개의 꽃잎이 달린 매화 9개를 그려놓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 자에 9획으로 된 글자 9개를 써서 모두 81획을 만든 것도 있지요. 이렇게 선비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홍매화를 만들어가거나 글자를 써나가 81일이 되는 날 봄이 왔다고 반겼던 것입니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글에 따르면 “첫 아홉 날과 두 번째 아홉 날은 손을 밖으로 내놓지 않고”부터 시작하여 “아홉 번째 아홉 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라고 노래합니다. 옛 선비들의 겨울나기는 옷이나 음식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구구소한도를 통한 마음의 겨울나기도 했음이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