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만든 한글을 기리는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모르는 낱말이 나오면 국어사전을 찾아봅니다. 모든 말글쓰기(언어생활)는 국어사전에 그 바탕을 두고 있지요. 하지만, 그 바탕이 문제가 심각하다면 우리는 제대로 된 말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수요일에 “일본이야기”를 써주시는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이 2010년에 펴내 호평을 받았던 ≪사쿠라 훈민정음≫ 후속 판으로 최근 ≪표준국어대사전을 불태워라!(가제)≫라는 책 원고 쓰기를 끝내고 펴낼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이윤옥 소장이 왜 과격한 책 제목을 썼는지 내용을 살짝 들여다봅니다. 책은 “1.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말들 2. 일본말로 잘못 분류된 말들 3. 국립국어원의 무원칙을 고발한다.”의 3장으로 나뉘었지요. 먼저 1장에서는 국위선양, 기모바지, 기합, 표구, 잉꼬부부 따위가 있으며 2장에는 아연실색, 양돈, 옥토, 익월 같은 말들이 보입니다. 또 3장에는 무데뽀, 미싱, 앙꼬, 찌라시, 스킨십, 곤조를 예로 들어놓았지요. 그밖에 고쳐 써야 할 일본말 찌꺼기로는 덕용포장, 애매모호, 품절, 엽기적, 건배, 수상화서로 피는 여뀌꽃을 포함하여 많이 있습니다.
원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위선양”입니다. 국위선양은 원래 일제강점기 미나미 총독이 “조선인 길들이기”로 내건 5대 지침 가운데 하나임을 밝혀 고발합니다. 또 일본말 잉꼬는 앵무새를 말하는데 “잉꼬부부”를 다정하고 금실이 좋은 부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잘못 풀이하는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여뀌꽃을 비롯한 많은 식물표현에 수상화서(穗狀花序)니 육수화서(肉穗花序) 같은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개탄합니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 국어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영어는 엄청난 돈을 써가며 공부하지만, 우리말은 국어대사전부터 소홀히 하고 있음을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