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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창극을 위하여

[이주영의 전통예술과 공연이야기 1]

[그린 경제=이주영 기자]  국립창극단은 522일부터 시작될 창극 <메디아>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원작을 서재형(연출), 한아름(극본)의 부부 콤비가 어떻게 현대적 관점으로 풀어낼지 공연계는 벌써부터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립창극단의 매 작품의 변화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해 11월 한태숙 연출의 스릴러 창극인 <장화홍련>은 우리의 고전 장화홍련전을 연극적 요소를 증폭시켜 현대적인 접근을 시도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진 12월에는 이병훈 연출의 창극 배비장전을 통해 음악적 형식은 판소리 원형을 그대로 살리되 원작의 해학과 골계미는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재 각색하여 보다 대중적이고 재미있는 창극을 만들어 내었다. 3월 윤호진 연출의 창극 서편제에서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통해 전통문화콘텐츠의 변주와 확장을 보여 준 점은 큰 의미를 지닌다 

   
▲ 국립창극단 "청" 공연 한 장면

이러한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토대의 그 단초를 마련한 것은 단연 국립창극단 제11대 예술감독이었던 유영대 고려대 교수였다. 그는 우리시대의 창극 시리즈'라는 뚜렷한 명제를 가지고, 창극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보여 관객개발에 큰 공헌을 한 바 있다.  

그의 논문 창극의 전통과 새로운 무대”(판소리연구 제27, 2009)에서는 이러한 점에 대하여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립창극단의 국가브랜드 작품인 <>우리 시대의 창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창극의 양식화현대화를 동시에 이끌어낸 수작이다. 음악극의 보편성 획득이라는 가장 중요한 보물을 발견한 점은 100여년의 창극 역사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창극의 무대를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예술감독의 의지가 종합예술로서의 완성도를 높인 연출의 힘, 기존에 없었던 세련된 관현악 작편곡으로 심정을 울리게 만든 음악, 기타 시각적 효과 증진에 기여한 무대, 의상, 조명, 소도구, 장치, 그리고 국립창극단의 탄탄한 기량과 국립무용단의 빼어난 무용 등과 조우하여 이룩한 산물이었다 

연극평론가인 유민영 교수는 창극의 수준을 가장 높이 올려놓은 작품”, 연극평론가 정성희는 그동안의 공연물들이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심청에 머물러 있었다면, 창극 <>은 주인공의 내면에 다가가고자 한 의도라고 기술한 바 있다. 전북대학교 영문과의 이종민 교수는 창극의 가능성과 판소리 현대화의 전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타의 언론과 평론, 온라인의 글에서 창극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많이 지적한 것이다.  

기타의 창극 작품으로는 마일란 교수가 “19세기 언어로 20세기의 사건을 비극적으로 노래한 작품이라고 평했던 차범석 원작의 창극 산불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판소리 전통 5대가중 하나인 춘향가를 창 의 연출을 맡았던 김홍승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10년에 춘향2010‘을 무대화한 바 있다. 우리시대의 창극이라는 전제에 맞게끔 세련된 무대디자인과 연출 등을 통해 관객들이 극장을 자연스레 찾아오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이다. 

창극은 세계 속에 빛나는 대한민국의 전통성악 유산인 판소리를 무대화시킨 음악극이다. 미래지향적 음악극 정립을 위해 씨를 뿌린 그 결실을 맺기 위해 더욱 콘텐츠 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되는 것이다. 현재 창극의 사명감과 중량감을 고려할 때 제작자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5월에 있을 창극 메디아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주영
국립중앙극장의 기획위원이자 시인(詩人)이다. 다수의 매체에 공연평과 칼럼 등으로 문화예술콘텐츠 현장을 담아내고 있으며,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