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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김세종제 <춘향가>를 이어온 김수연 명창의 이야기

[국악속풀이 115]

[그린경제=서한범 교수]  이제까지 김세종제 <춘향가>의 전승과정, 음악적 특징, 전승계보 등을 이야기 하였다. 특히 지난호에서는 성우향의 후계자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김수연 명창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는데, 어린 시절 집 근처에 국악원이 있어 그 소리들을 따라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어린 시절의 음악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1960년대 후반, 서울의 박초월 문하에 입문하여 박 명창의 소리 전통을 올바로 계승하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1978년 남원춘향제 이후 전주대사습 등 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완창무대를 수시로 열어온 부지런한 명창이란 이야기, 박초월 작고 후에는 성우향 명창에게 보성소리를 익혀 두 소리제를 적절하게 흡수, 자신의 스타일로 다시 만들어내고 있다는 이야기, 소리뿐이 아니라 교양과 인품을 지닌 소리꾼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호부터는 김세종제 춘향가 중 소위 <눈대목>이라고 하는 잘 짜인 소리들을 중심으로 실제로 판소리를 감상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볼까 한다. 사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지명 등의 풀이는 1982년 한국브리태니커 회사에서 발행한 ≪뿌리깊은나무 판소리≫에 나오는 해설을 참고하였음을 밝혀둔다.

우선 <판소리>란 무슨 뜻인가 하는 의미부터 짚어보고 눈대목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판소리의 뜻은 소리하는 이가 소리와 말 그리고 몸짓을 해가며 「춘향전」이나 「심청전」 같은 긴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전통음악의 한 갈래로 북 반주에 의해 연행되는 장르이다.

판소리를 폭넓게 연구해온 이보형에 의하면 판소리가 지금은 흔히 극장놀음이나 방안놀음으로 벌어지지만, 옛날에는 판놀음으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판놀음>이란 말은 여러 패의 놀이꾼들이 너른 마당을 놀이판으로 삼고‘판을 짠다.’하여 순서대로 소리, 춤, 놀이 따위를 짜서 벌어지는 것을 한데 묶어 일컫는 말이다. 판놀음으로 벌이는 놀음에는 <판>이란 말이 붙게 마련이다.

판놀음에서 줄을 타는 연희는 <판줄>, 농악은 <판굿>, 춤은 <판춤>, 염불은 <판염불>, 소고 놀음은 <판소고>라고 한다. 그러므로 판놀음에서 하는 소리가 곧 <판소리>인 것이다. 소리란 ‘소리 한 자리 해라.’, ‘소리 잘한다.’와 같은 표현에서, 곧 노래임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김매기소리나 상여소리와 같은 말이다.

판소리를 과거에는 잡가(雜歌), 극가(劇歌), 창가(唱歌), 본사가(本事歌), 창극조(唱劇調) 따위의 한자말도 썼으나, 요즈음에는 판소리로 굳어졌다. 판소리 하는 사람들도 한 때는 창우, 가객, 광대라고 불렀는데, 오늘날에는 창자, 소리꾼 등으로 쓰고 있다.

북치는 사람은 한자의 북이라는 의미의 <고-鼓>와 사람, 또는 손이라는 의미의 <수-手)를 써서 고수(鼓手)라고 부르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고수는 북만 정확하게 그리고 강약을 조절해서 친다고 명고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하게 된 추임새, 즉 북을 치면서 적절한 대목에서‘얼씨구, 좋다!’또는 ‘으이, 좋지!’ 따위의 조흥사를 잘 구사해야 명고수의 대접을 받는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판소리는 소리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말로 하는 부분도 있다. 말로 하는 것을 <아니리 한다>라고 말한다. 또한 몸짓을 하는 것을 <발림 한다>라고 표현한다. 발림이라는 말도 예전에는 ‘너름새가 좋다.’ 또는 ‘사체가 좋다.’고 했다. 사체(四體)라는 의미는 머리, 몸통, 팔, 다리를 가리키는 말이니 곧 몸 전체를 적절히 활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판소리의 공연형태는 본디 소리꾼이 혼자 벌이는 것이다. 요즈음처럼 무대에서 여러 사람이 배역을 나누어 연기와 함께 부르는 소리는 ‘창극’이라 하여 판소리와 구별된다.
 

   
▲ 예전 청중들, 눈이 내려도 밤새 자리를 뜨지 않고 추임새를 했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판소리는 흔히 집안의 큰 잔치나 마을의 큰 굿, 또는 관아의 잔치 자리에서 흔히 불렸다. 소리판이 마당이나 들에서 벌어지면 소리꾼을 중심으로 그 둘레에 구경꾼들이 삥 둘러앉는데, 소리꾼은 손에 부채를 들고 서서 슬픈 가락으로 구경꾼을 울리기도 하고 재미있는 아니리로 웃기기도 하며 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가객의 소리가 무르익으면 여기저기에서 흥이 난 구경꾼들이 다양한 추임새를 한다.

특히 유명한 소리꾼이 판을 벌이는 날에는 아침부터 날이 저물도록 구경꾼들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고 하며 소리판이 저녁부터 시작되면 밤이 새도록 넋을 잃고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고 한다.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소리가 재미있어 겨울철에 눈이 내려도 밤새도록 자리를 뜰 줄 몰랐다고 하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전해오는 걸 보면 판소리의 매력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경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